▲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능력과 생존 수명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지난 50년간 S&P 500에 상장된 회사들의 평균 생존 수명은 60년에서 18년으로 줄어들었다. 포브스는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 밖에 되지 않고 70년 이상 존재할 확률도 불과 18%에 그친다고 조사했다.

이는 기업의 경영환경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변화되고 때문이다. 현대 기업은 내부 역량은 물론 다양한 거시경제적 변화 흐름을 파악하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성장전략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은 인수합병(M&A), 조직 및 사업 개편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위기 이후 성공한 글로벌 기업은 공격적인 M&A 혹은 무리한 사업 확대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사의 핵심역량과 산업 발전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전략 초점을 맞춘 것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파나소닉, 샤프, 이베이 등에서는 과거 무리한 M&A와 사업 확장 전략이 실패했다.

기업 내부요인이 성장 ‘발목’

이 같은 사례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교훈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까지 감안해 소비자, 주주, 종업원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해야 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그들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계획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흑자 경영’은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다. 하지만 베인 앤 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이 목표를 달성해 생존한 기업은 10%도 채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지속 가능한 흑자경영 달성에 실패하나? 종전에는 시장점유율 하락, 경쟁 격화, 기술진보 부진 등과 같은 외부요인에서 찾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너십 약화, 의사결정 지연, 현장과의 괴리 등 내부요인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내부적인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왕성했던 창조적인 문화, 임직원의 주인의식이 약화되는 ‘성장의 함정’이 실패 기업의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정신 유지가 최대 경쟁력

기업은 성장할수록 가장 먼저 ‘과부하’(overload) 위기가 찾아오면서 급속한 사업팽창에 따라 신생기업이 겪는 내부적인 기능장애에 봉착한다.

과부하 위기는 ‘속도 저하’(stall-out) 위기로 전이돼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조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초창기 조직을 이끌었던 명확한 창업자적 미션이 희미해짐에 따라 성장둔화를 겪게 된다. 속도 저하 위기가 무서운 것은 곧바로 ‘자유 낙하’(free fall) 위기로 악화돼 창업자 정신을 상실한 기업일수록 주력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잃게 되고, 핵심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창업자 정신은 반역적 사명의식과 현장 중시, 주인의식이라는 세가지 특성으로 구성된다. 이 정신은 성장을 막 시작한 기업이 자신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경영여건이 잘 갖춰진 기존 기업에 도전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창업자가 직접 이끄는 기업이나, 직원이 일상적인 결정과 행동방식에 준거의 틀로 삼는 규범과 가치에 창업자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기업일수록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흑자경영을 할 수 있다.

각종 위기론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은 ‘저성장 늪’에 빠져 성장 미래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둔화 요인을 중국의 추격 등과 같은 외부요인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인 ‘스스로의 도피’다.

기업 내부적으로 ‘창업자 정신’에 기반해 모든 조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현장 중심적 의사결정과 사고체계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뚜렷한 고객층을 위한 반역적 미션을 갖고 있는지를 반문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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