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이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창업주가 2세 3세로 바뀌면서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체 등 굵직한 산업을 일궈내던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빵이나 두부같은 소상공인 무대에까지 뛰어들어 중소기업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예전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하는 낙수효과가 작동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아웃소싱과 고용 없는 성장이 일상화되면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성장에도 고용창출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아울러 ‘황제경영’이나 ‘일감몰아주기’로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구조조정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 손해는 국민세금으로 돌리는 뻔뻔한 행태도 빈발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이 한계에 이르렀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대신해 성장과 고용창출을 견인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여기에 많은 국민들이 선뜻 수긍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기업가정신이 왕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심 성장은 한계 봉착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고 보기에는 경쟁력이 약하고 혁신도 별로 하지 않고 중소기업 중심이 되면 오히려 보호해야 할 대상이 확대돼 국민부담만 늘리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있다. 또 중소기업을 지원해도 근로자는 소외된 채 경영자만 득보는 게 아닌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소기업중심 경제구조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경영자와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줘야 한다. 창업도 준비된 창업이어야하고, 기업성장도 원활히 이뤄져 대기업이나 해외기업과도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혁신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마디로 규모가 작다고 지원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혁신으로 승부하는 강소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혁신이 필요한가? 경영의 핵심 4요소인 인력, 자금, 기술, 판로로 나눠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혁신으로 상생 생태계 구축해야

인력에서는 저임금경영이나 인화경영 수준을 넘어 인재의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인재경영을 실행해야 한다. 기술에서는 인재경영과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모방기술이 아닌 독자기술로 핵심역량을 확보하는 기술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자금에서는 융자나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채무경영을 넘어 투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

판로에서는 한정된 내수에 의존하는 경영을 넘어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경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는 원맨경영을 넘어 내부직원들과는 비전을 공유하고 외부와도 협업하는 오픈경영을 실천하는 리더십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필수불가결하다. 혁신하지 않는 대기업은 가차없이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보호와 지원만을 요청하는 좀비 대기업, 좀비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이란 이들 좀비대기업과 좀비중소기업을 시장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혁신대기업과 혁신중소기업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혁신중심으로 바뀌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성장은 물론 시장질서도 공정경쟁이 이뤄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뀔 것이다.

그 운동장에 혁신중소기업과 혁신대기업이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동반성장하는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혁신국가로 변모해 다시 한번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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