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6월 전국 주요 50개 대학(4년제)을 조사대상으로 한 ‘2016 이공계 대학 평가’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그 중에서 종합순위와 평가지표의 내용이 관심을 끈다.

종합순위를 보니 한양대가 1위, 성균관대, 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대)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로 불리는 전통 명문대들이 뒤로 밀려나 있다.

이는 평가항목들이 산업계의 관점을 크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상위권 대학들은 산학협동 및 기술 실용화, 창업 및 취업과 관련된 실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것은 이공계 대학들이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산학협동의 새 지평을 여는데 온갖 힘을 다 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산업계의 눈높이에 맞는 교과과정 개편, 산·학·연 클러스터의 구축,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의 설립과 창업지원, 기술지주회사의 설립과 특허출원  등이 바로 그런 것 들이다.

이공계 대학 순위 지각변동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새 물결이 출렁이고 있고, 산업·기업·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기업도 특정 업종에서 기존의 방법에만 매달려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는 이제 산업역사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체질의 혁신적 전환을 유도하는 소위 ICBM(IoT, Cloud, Big Data, Mobile)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 융복합 분야에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들은 전공 기초 강화를 바탕으로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적응력 제고와 적절한 인재공급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산·학이 분리된 상태에서 협력과 협동을 하지만, 산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양자가 융합되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대학에서 신기술 개발과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산업현장에서도 교육과 훈련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산학의 관계는 산학협동이나 협력에서 산학융합 차원으로 발전돼야 한다. 어쩌면 산학융합의 정도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산학융합은 시장 신호에 따라야

산학협동의 상당 부분이 현재 정부의 주도와 선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산학이 협력의 차원을 넘어 융합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정부는 한걸음 물러서고, 시장의 신호에 따라 교육제도와 기업조직이 신축성 있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오히려 정부는 산학의 협동과 융합화 과정에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의 문제해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좋다.

시장의 논리에만 맡겨두면 중소기업의 존립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립과 자생, 협업을 튼튼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차원에서는 정부의존 체질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자구의 노력을 강화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소기업과 1차 산업 위주의 지역경제계에서는 지역의 전략·특화 산업을 중심으로 산학융합이 촉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도와 지방정부는 조직 내에 ‘대학 협력관실’(가칭)을 설치해 지역대학과 합동으로 실정에 맞는 산학협력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지역 산업구조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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