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역사에서나 경제 또는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때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진짜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5%에 그쳤다. 저성장 고착화에 경기는 바닥이다. 젊은 세대는 분노하며 좌절하고 민생은 어디 기댈 데도 없이 한숨만 내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문제까지 겹쳐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 기업 구조조정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경기부양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구조조정 대상은 조선·해운업만이 아니다. 수술을 해야 할 기업은 곳곳에 있다.

자생력을 잃고 생사기로에 있는 대우조선은 그동안 분식회계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 부실기업 대우조선의 노조는 ‘자구계획안 반대’ 파업결의를 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시장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언제든 퇴출된다. 그게 기업생태계다. 지속적인 체질개선과 선제적 상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선거에 눈멀어 헛공약 남발

누에는 나비가 돼 날기 위해서 두꺼운 누에고치를 자기 힘으로 뚫고 나와야한다. 그 과정에서 날개에 힘을 길러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의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이다.

비리기업, 악덕기업은 벌하되 그런 기업의 경우를 상정하고 모든 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시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나 전문가의 판단으로 결정할 국책사업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신공항 건설문제만 해도 그렇다. 왜 정치권이 개입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가. 부산 가덕도든 경남 밀양이든 어느 곳이 결정되더라도 후유증을 남길 게 뻔하다.

우리 정치에서는 경제도 민생도 말뿐이다. 더욱이 미래의 국가전략도 없고 눈앞의 선거만 있다. 내년 대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기 겁난다. 선거만 치르면 분에 넘치는 복지는 늘어난다.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건 관심 밖이다.

스위스 국민은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월 2500스위스프랑(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도입법안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이 법이 도입되면 국민의 노동의욕을 떨어뜨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것이고 감당할 수 없는 보편적 복지의 확대는 지속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스위스 국민은 그런 현명한 판단을 했다.

경쟁·투자 막고 규제만 강화

지난 13일 제20대 국회가 개원식을 가졌다. 새로 시작하는 국회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를 묻는다면 답변은 부정적이다. 그동안 국회의 행태를 보면 그런 답을 할 수밖에 없다.

국회법에 규정한 기일을 어기고 개원한 것만 봐도 그렇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 어기는 걸 관례라며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하는 그 몰염치가 메스껍지 않은가.

국회 개원식에서 박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규제개혁, 협치를 호소했다. 협치가 가능하려면 여야 정당과 국회가 변해야 하고 대통령도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치 아닌 대치상황이 언제든지 벌어질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먼저 여당인 새누리당부터 변해야한다. 국회법에 규정한 2년 임기의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눠먹기 꼼수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경쟁하듯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경쟁과 투자는 막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법 하나 만들면 수십개의 규제가 따라붙는다. 그런 점을 알고 법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이다.

경제 살리기와 민생보다 급한 과제는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게 정치개혁이다. 국민이 정치인들의 언행과 행태를 감시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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