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고대 로마 시대 자본을 축적한 상인들은 검투사를 사 모았다. 귀족이 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이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등장은 스포츠의 상업화를 촉진했다. 그 뒤엔 귀족과 대등한 지위를 열망하는 부르주아 계급이 있었다. 그들은 상금을 걸고 스포츠를 즐기게 했다. 마침내 프로스포츠는 미국에서 꽃을 피운다.

프로스포츠는 독점에서 출발했다. 자본이 풍부한 구단이 시장을 독점했다. 대도시에 속한 구단이 유리했다. 뉴욕 양키스가 그러했다. 관중이 많으므로 매출과 수익이 많았다. 그래서 우수 선수를 스카우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우수한 선수가 다른 팀에 못 가도록 입도선매했다. 그러다 보니 소도시 구단은 우승 근처에 가보지도 못했다.

결국, 독점은 성장을 저해했다. 시장규모가 큰 팀을 자본을 모을 수 있었고, 자본이 있는 팀은 승리를 독차지했고, 승리 앞에 더 많은 자본이 쌓였다. 대도시 구단이 자본과 시장 그리고 승리를 독점했다. 승패는 늘 뻔했다. 이를 돈 내고 볼 관중은 많지 않다.

독점을 깬 것은 적절한 규제였다. 룰5드래프트와 신인드래프트로 선수의 독점이 없어졌다. 메이저리그가 생긴 지 거의 100년 만에 등장한 규제다.

그리고 1993년 사치세까지 도입했다. 모든 구단은 동일한 연봉 총액이 정해져 있다. 연봉 총액을 넘기면 사치세를 물렸다. 거둬들인 사치세는 소도시 구단에 배분됐다. 누구나 다 경쟁하고, 도전하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적절한 규제로 성장한 메이저리그

2000년 이후 월드시리즈를 연패한 팀이 사라졌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여가를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됐다. 독점이 깨지자 성장이 가능해졌다.

얼마 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2015/16 시즌이 끝났다. ‘빅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의 틈바구니에 레스터시티가 우승했다. 132년 구단 역사상 최초 우승이다. 1888년 시작한 잉글랜드 축구리그는 1992/93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가 됐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우승은 ‘빅4’가 독점했다. 그중 절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몫이었다. 유일한 예외가 1994/95 시즌에 우승한 블랙번이었다. 레스터시티의 선수단 연봉은 첼시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여전히 자본이 시장을 지배한다. 러시아, 중동, 중국의 부호들이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인수하는 이유다. 그리고 ‘빅4’는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 붓고 선수를 사 모은다. 이적료는 규모가 작은 구단-주로 하위권의 생명줄이다. 이들은 우수한 선수를 발굴, 육성해 ‘빅4’에 선수를 판다. 이적료로 팀을 운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시장에 그저 동참하는 꼴이다.

中企중심의 성장 ‘일상화’ 돼야

한국경제는 미국 메이저리그를 닮았을까?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닮았을까? 메이저리그가 산업이라면, 프리미어리그는 스포츠일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성장은 적절한 규제 때문이다. 권위를 가진 기관-리그 사무국이 시장이 진입해 적절한 규제를 만들었다. 그래서 동반성장을 이뤘다. 물론 구성원의 합의가 있기에 가능했다. 자본주의가 지배한다면 공멸한다는 위기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대기업 주도의 성장을 기대할 것인가? 중소기업이 성장의 중심이 돼야 한다.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기적이 아닌 일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시장진입은 필요하다. 대기업 독점을 철폐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누구나 경쟁할 수 기반을 닦아줘야 한다. 대·중소기업 양극화를 내버려두면 시장경제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경제주체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다. 대기업도 더는 시장경제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도 시류에 편승한 ‘강한’ 법제화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상거래까지 법제화할 수 없다. 정부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합의의 중간자 역할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