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홍콩선물 박람회…세계 4천여 업체 ‘아이디어 상품’한자리

▲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열린 홍콩선물용품박람회에는 전 세계 4312개 업체가 참여해 각종 선물용품을 선보여 각국의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생활용품을 만드는 게 진짜 친환경이고 아이디어가 아닐까요?”
지난달 27일 세계 최대 규모의 홍콩선물용품박람회가 열린 홍콩전시컨벤션센터(HKCEC) 전시장. 각종 음식물 쓰레기 및 깨진 세라믹과 유리 등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드는 ‘green & associates’의 더니즈 옹(Denise Ng) 마케팅 디렉터는 기자에게 명함을 한장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명함 역시 재활용품이다. “이건 낡은 영화필름을 재단해서 만든 거예요.”

전시 부스 테이블 위에 놓인 말끔한 색깔의 찻잔 세트 옆에는 ‘32% recycled ceramic’이라는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이는 찻잔의 32%가 폐기처분된 세라믹 부스러기들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샴푸통에는 ‘34% recycled glass’라고 표기돼 있었다. 그렇다고 유리 가루나 거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수려했다. 리사이클링은 계속된다.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요요 장난감에는 달걀 및 사과 껍질과 커피가루 등이 사용됐고, 쇼핑백에는 우유 섬유질(Milk Fibre)이 50%나 함유돼 있었다.

더니즈 옹은 설명했다. “저희 브랜드 이름이 ‘OOOBJECT’입니다. OBJECT(용품)를 조금 변형했죠. 일상생활의 모든 물건을 아우르겠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덧붙였다. “저희 제품에는 특징이 있어요. 땅에 묻으면 2~3년 안에 흙으로 돌아갑니다.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중시한다는 것이죠. 우리 회사의 비전이 바로 ‘Green, Recycle, Eco’입니다.” 평범한 ‘물건’들이 아니란 얘기다.

친환경 상품으로 웰빙 라이프 연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열린 홍콩선물용품박람회는 3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규모 행사다. 전 세계의 선물용품 관계자들이라면, 매년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전시회로 정평이 나있다. 올해 행사에는 35개국에서 4312개 업체가 참여했다. 대략 축구장 10여개 넓이의 전시장에는 각국에서 찾아온 수만명의 바이어들로 기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홍콩선물용품박람회를 주최한 홍콩무역발전국(HKTDC)의 관계자는 “홍콩은 기본 선물용품부터 고품격 럭셔리 용품까지 광범위한 선물용품을 소싱할 수 있는 세계의 중심지”라며 “지난해에는 138개국에서 약 5만2000명의 바이어가 방문해 참관 업체들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앞서 소개한 green & associates의 OOOBJECT와 같이 매년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는 참가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홍콩선물용품박람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작은 선물용품 하나로 우리의 일상생활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신선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Technical Internation’도 이번 박람회에서 친환경 유아전용 선물용품을 선보였다. 이 회사의 브라이언 선(Brian Sun) 대표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멸균과 냄새 제거를 동시에 하는 위생 쓰레기통(일반 가정용 전기 사용)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유아용품 매장에는 면역력이 약한 유아를 위한 전용제품들이 없었다”며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위생과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앞으로 우리 회사가 이 니치마켓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Technical Internation은 현재 유아전용 쓰레기통을 비롯해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를 판매하고 있으며, 제품 카테고리를 앞으로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rky Design’이란 회사도 친환경 리사이클링의 중요성을 철학으로 삼는 곳이다. 화초를 키우는 화분 아래에는 작은 어항을 붙였다. 이 회사의 토미 첸(Tommy Chen) 대표는 “어항 속의 물고기가 배설물을 배출하면 그 영양분을 위로 빨아들여 화초를 키우고, 동시에 어항의 물도 다시 정화시키는 자연순환재생의 원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평소 책상 위에 올려두고, 조명이나 휴대폰 충전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작고 저렴한 선물용품이라고 해서 공장에서 값싸게 찍어만 내는 상품들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정성스럽게 닿아야 탄생하는 수공예 용품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장인이 ‘한땀 한땀’ 수공예품도 눈길
‘Hakka’는 타이완의 전통 수공예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다. 케낭 우(Ke-Neng Wu) 디렉터는 화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타이완에는 여러 소수민족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손재주가 뛰어난 화카 민족이 직접 만든 제품입니다. 우리는 화카의 전통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음식, 차, 식기류, 장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카의 소규모 공장들이 수많은 바이어들을 만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희망합니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자체 국가관을 열고 손기술을 뽐냈다. 화려한 색감의 면직류로 제작한 의류와 가방들은 당장 도시의 백화점에 진열해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도자기 업체들의 전시 행렬도 이번 박람회에서 두드러졌다. 한 중국 도자기 생산업체의 대표는 “중국 도자기의 품질은 세계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꾸준히 제품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람의 손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공예품은 동서양을 막론한다. 스페인에서 온 ‘AnFrama’라는 업체는 화려한 문양과 황금빛깔을 자랑하는 각종 장식품을 전시했다. 이 회사의 디렉터인 호세 카를로스 산체즈(Jose Carlos Sanchez)는 “스페인 관광지 대부분에서 우리 제품이 판매되는데, 한국은 물론 동양인들이 놀러오면 꼭 하나씩 사가는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승부 건다
‘GOKI’는 각종 배터리 용품을 올해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배터리가 방전이 됐을 때 이른 바 ‘점프’를 할 수 있는 전용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최대 12V의 전압을 낼 수 있으며, 가솔린·디젤 자동차도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같이 동절기가 오래가는 국가에서 자동차가 배터리 방전될 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 제품인 셈이다.  

‘Mings 3D’의 매니저인 파코 우(Paco Wu)는 최근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산업용 3D 프린터기 확산에 앞장 서고 있다. 유럽에서 3D 프린터기를 수입해 중국 각지에 판매하고 직접 제작(시제품 등)까지 하고 있다. 그는 “기본 설계도면만 입력하면 원하는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순식간에 제작할 수 있다”며 “3D 프린터기는 앞으로 수년 안에 공장 시스템의 변화를 주도할 태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홍콩수출협회가 주최한 ‘스마트 기프트 디자인 어워드 2016’의 수상업체와 디자이너 및 학생들의 제품이 특별 전시됐다. 번순 파우(Benson Pau) 홍콩수출협회 부회장은 “우리는 단순하게 디자인 재능자들의 혁신성만 고취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들이 제조업체, 수출업자와 만나 제품이 상용화되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가 디자인이 되고 디자인이 대중적인 상품이 되는 것이 홍콩 정부가 현재 추구하는 ‘스마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컨셉의 선물용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바이어들에겐 분명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영국에 본사가 있는 기념품 무역업체인‘Pukator’의 세일즈 매니저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3~4개의 업체들과 실질적인 상담을 진행했다”면서 “본사로 돌아가 구매처 담당자들과 본격적인 협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참가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홍보 효과가 높은 행사였다. 특히 이번 박람회의 주최 측인 홍콩무역발전국은 전시업체들이 영양가 있는 바이어들과 상담이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세계 각국에서 구매력이 강한 업체 171곳을 섭외했다. 이른 바, 바잉 미션(Buying Mission)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브라질, 한국, 베트남 등 1만3200명이 이번 바잉 미션에 속한다. 구체적인 업체로는 미국의 ‘Hobby Lobby Store’, 일본의 ‘Tri-Stage’, 한국의 신세계 백화점 등이다.

한편 이번 홍콩선물용품박람회에서는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98곳이나 참여해,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에서 코트라의 지원으로 한국관을 구성했으며 이밖에도 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 경기지역본부와 부산상공회의소, 청주상공회의소, 개별업체 등이 전시부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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