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2018년 2월24일 국회.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충돌한다. 내일이 대통령 취임이다. 자정까지 합의해야 한다. 쟁점은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 중소기업위원회 출범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정부조직을 발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산업부는 기업성장부로 이름을 바꾸려 한다. 그러면 중소기업청은 기업성장부로 흡수된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는 단호하다. 자정을 앞두고 정부조직법은 원안대로 통과된다.

# 장면 2. 2018년 2월25일 청와대. 중소기업위원회 전체 회의 준비가 한창이다.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한창이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취임 후 첫 공식일정은 중소기업위원회 전체회의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고, 회의를 준비하라고 요청했다. 국방부는 중소기업의 방위산업 참여 확대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전체회의는 매월 개최된다.

대통령은 회의 시작과 함께 다음의 글을 읽는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에 땀을 흘렸고, 국가의 영원한 발전을 위해 민주화에 피를 흘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저성장, 실업, 고령화로 산업화의 열매를 맺지 못했고, 부자와 빈곤층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양극화를 넘어 사회의 분절로 발전해 민주화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성장과 통합, 中企가 열쇠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과 통합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단 한 번의 호황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부양을 위해 애썼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도 점차 엷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갈등은 깊어만 갑니다.”

“저는 중소기업을 통해 성장과 통합을 이루고자 합니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 중소기업은 경제의 중심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중심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3단계 정책목표를 갖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첫째, 중소기업은 국가정책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과 관련된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은 중소기업에 집중할 것입니다. 경기부양책도 가계가 중심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를 중심으로 만들겠습니다. 육아와 탁아도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할 것이며,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상환을 유예할 것입니다.”

과거 정책에 안주하면 실패

“둘째, 중소기업은 성장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은 더딥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은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창업의 생존율 20%도 되지 않고, 마땅한 업종도 찾기 어렵습니다. 중소기업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성장의 핵심은 글로벌화입니다. 국내시장에서 납품으로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더는 동반성장을 강조하지 않고,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성장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셋째, 중소기업은 사회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이 성장의 몫은 고스란히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분배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빈곤을 해소하고, 중산층을 두껍게 복원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중소기업 근로자라는 등가의 원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끝으로 중소기업도 과거 정책에 안주하는 모습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의 중심이지만, 도도히 흐르는 시장경제를 역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 성장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글로벌화 시장으로 가야 합니다. 정책지원은 여러분을 돕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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