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 경제가 ‘발 빠른 추격자’(Fast Follo wer)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있다.

대학이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논문만 양산하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연구비 획득이 쉬운 현실 때문에 산업계와 동떨어진 연구에만 몰입한다면 대학은 물론, 한국 경제의 앞날이 암울해진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서울 공대는 지난해 초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기술지원과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SNU 공학 컨설팅센터’를 설립했고, 올해엔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하는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이어서 지난 7월에는 “홈런보다는 번트로 1루 진출에 만족했다”는 자기반성을 담은 <서울대 공대백서>를 펴내 많은 공감을 받았다. 9월에는 선진 산업국과의 기술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산업의 솔직한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한 <축적의 시간>을 출간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냉엄한 현상인식을 토대로 서울 공대는 서울대에서 가장 큰 신공학관의 상당 부분을 중소·중견기업에 내주기로 했다. 또 약 4000명에 달하는 공대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중소·중견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시키는 대역사(大役事)에 투입할 구상을 밝혔다.

서울 공대의 반성과 결의

대단히 신선한 뉴스다. 중국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격차는 2010년의 2.5년에서 작년에는 1.4년으로 좁혀졌다. 머지않아 중국이 만든 설계도를 받아 우리가  중국에 납품하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공대의 변신 노력은 대학의 자구노력을 상징하는 것이 된다.

서울 공대가 중심이 돼 전개되고 있는 공과대학 개혁 바람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고, 산학협력의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몇가지 유의점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산학협력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은 각 대학과 지역의 실정을 최대한 반영해 전개돼야 하겠다. 서울 공대를 비롯한 수도권 공대들은 중소·중견기업의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첨단산업과 중견기업 쪽에 방점이 찍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방 공대들은 각 지역의 선도산업과 특화산업 위주의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박사과정생들을 中企연구소로

둘째로 전국의 18개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최대한 활용해 대기업 중심의 기술이전은 물론, 지역 산학협동의 허브기능을 담당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로 전국에 있는 3만2000여개의 중소기업 연구소를 이공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해야 한다.

지금 대기업 연구소의 평균 연구원 수는 96.5인인데 비해 중소기업은 5.5인에 지나지 않는다. 간판만 걸고 있지 대부분 자금사정이 열악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공대에 취학중인 박사학위과정 학생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전문연구원과는 별개로 박사과정 후 3년간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조건의 병역특례제도를 마련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산학협동이 성공을 거두려면 산(産)과 학(學)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기업이 보다 능동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학계와 연계해 답을 찾는 것이 순리다.

정부나 학계의 도움만 기다리는 피동적인 자세로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대학을 바꾸는 것은 기업의 수요와 진취적인 자세이다. 저성장시대에도 R&D 투자는 늘려야 하고, 기업과 대학 간의 공생과 협력의 생태계가 굳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교수는 산업계로, 산업계에서는 교수로 양방향 전직은 물론, 양방향의 실질적인 교육연대가 절실히 요청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