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고 전쟁으로 모든 것이 황폐화돼 아프리카의 최빈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았던 깡통의 나라로 출발했던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자원을 몰아주는 불균형 성장정책으로 세계사에 유례없는 경제기적을 이뤘다.

대기업의 성장은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낙수효과를 통해 고도성장기에는 단가압박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함께 동반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무한경쟁이 전개되고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부품 중소기업은 단가와 물량 양면에서 압박을 받으며 낙수효과가 사라지고 동반성장의 고리가 끊어져 경쟁력이 계속 악화되고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심화되는 위기상황에 빠져버렸다.

부품 중소기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세계시장에서 수익성 높은 굵직굵직한 투자기회를 발견했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그런 기회를 발견하지 못해 국내시장의 중소기업 품목에 눈독을 들이면서 관련 중소기업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한국경제는 한줌의 배부른 대기업 공룡과 모래알처럼 많지만 비쩍 마른 영세기업만이 넘치는 양극화 경제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당연히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바꿔야 한다.

경제 양극화 더 이상 방치 안돼
성장해도 국민생활의 근간이 되는 고용창출에도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창업과 기업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내수진작과 해외진출의 주역이 돼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대기업에 몰아줬던 정책지원을 이제는 중소기업 쪽으로 전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도성장과정에서 충분히 역량을 축적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은 정부지원 없이도 혁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기술, 판로 모든 면에서 아직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中企정책기구 위상 제고 시급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다 같지는 않다. 강렬한 기업가정신을 갖고 혁신에 매진하는 중소기업도 있지만 보호에만 의존해 세금만 축내는 좀비기업도 없지 않다. 혁신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보호만 해달라고 하고 경영자가 자기 이익만 챙기는 중소기업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주역이 아니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열린 경영으로 근로자에게는 비전을 제시하고 다른 기업과는 협업해서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면서 고용창출과 국부창출을 통해 나라에 기여하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이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주역인 것이다.

대기업 중심 정책지원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정책 실행기구의 위상도 정부 내에서 최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 총괄 부처가 부총리급이거나 청와대 직속기구 정도가 돼야 모든 부처의 정책을 중소기업 친화적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렇게 위상이 높아진 중소기업 정책총괄기구가 제대로 된 중소기업을 선별해 지원할만한 능력과 뚝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혁신에 매진하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이 주역이 되고 이들 기업을 모든 부처가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 정책 실행기구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중소기업 중심경제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또 이를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청년실업, 양극화 등의 난제 해결은 물론 미국이나 독일을 뛰어넘는 또 한번의 경제기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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