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월간지 편집장·47)씨는 휴가철만 되면 어린 시절 추억에 마냥 설렌다. 충청도 시골마을의 외할머니 댁을 찾아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보던 추억이다. 별똥별이 획을 그으며 떨어지면 소원을 빌었다. 할머니는 별이 소원을 들어줄 거라며 등을 토닥이셨다. 어른들이 쑥 등으로 모깃불을 피우면 그대로 마루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할머니의 부채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다. 30년여년이 흐른 올 여름, 김 씨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독서 휴가, 신조어로 북캉스를 떠날 계획이다. 할머니는 계시지 않지만 초등학생인 아들을 데리고 시골마을로 가서 책과 더불어 휴가를 보낼 생각에 한껏 들떠 있다.

책으로 즐기는 궁궐 속 나무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산, 바다로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적지를 탐방하거나 생태체험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어디를 가든지 휴가지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있으니 바로 독서다. 공기 좋은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데 휴가지에서는 어떤 책이 좋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이 고민을 어느 정도 풀어준다. 교수, 시인, 에세이스트, 교사 등 각계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가 최근 ‘2015 휴가철 추천도서’ 10권을 선정해 발표했다.

먼저 ‘궁궐의 우리 나무’(박상진·눌와)는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 114종의 사진과 옛 문헌에 실린 역사 기록, 궁궐 속 나무의 위치 등을 담았다. 고궁을 산책하는 이들에게 꼭 권할 만한 책으로, 문화유산과 나무를 함께 감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을 펼치는 순간 경복궁, 창덕궁 등 우리 궁궐에서 자라는 나무의 꽃, 열매, 줄기, 나무껍질 등 각 부위의 사진을 볼 수 있다. 나무에 얽힌 일화, 역사 기록 등 다양한 읽을거리에 금세 빠질 것이다.

야사로 읽는 중국사 이야기도
‘중국인 이야기’1~4(김명호·한길사)는 역사적 인물을 야사처럼 풀어 썼다. 하지만 엄연한 정사다.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피서지에서 읽기에 제격인 이유다. 읽다 보면 인물의 속내와 연결망에 빠져 다음 권이 기대될 것이다.

‘엄마의 뜰’(최일옥·그물)은 한 가족이 겪은 6·25전쟁의 아픈 체험담이다. 전쟁은 엄청난 고통과 상실, 몰염치와 악착, 분투를 낳았으나 또 한편으론 숱한 사랑의 기적도 낳았다. 만 네살의 어린 여주인공은 피난 트럭에서 계속 토하고 설사를 해 고모네 가족들의 눈총과 불평을 받으며 자신이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점점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 간다. 가정의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장편소설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역사 기행을 꿈꾸는 독자를 위해서는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규장각한국학연구원 편·글항아리)과 ‘하멜 표류기’(헨드릭 하멜·서해문집)를 추천했다. 그리고 바닷가에 놀러 온 소녀의 하루를 역동적으로 그린 ‘파도야 놀자’(이수지·비룡소)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기 좋은 책으로 선정했다.

이 밖에 문학예술분야의 ‘시린 아픔’(소피 칼·소담출판사)을, 인문학에선 ‘다시, 나무를 보다’(신준환·알에이치코리아), 사회과학서 중엔 ‘사람을 남겨라’(정동일·북스톤), 청소년 도서로는 ‘모두 깜언’(김중미·창비) 등을 휴가철 추천도서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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