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열전]하순철 그린컨기술㈜ 대표

▲ 하순철 대표

모든 근로자에게 직장은 제2의 집이다. 대부분 기업이 쾌적한 작업환경을 유지하며 직장을 쓸고 닦는 이유다. 하루 종일 기계를 직접 다루며 산업 먼지와 씨름하는 기술인들에게는 깨끗한 작업환경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하순철 그린컨기술㈜ 대표는 맞춤형 환경설비 개발로 산업현장 작업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기술인을 위한 기술인인 셈이다.

그린컨기술은 분진, 유해가스, 악취 제거 및 처리 시설, 원심력 집진 시설 등 환경오염 방지 설비를 중심으로 대기·수질 측정 및 환경관리 서비스 사업까지 확대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10개의 기술 특허와 실용신안, 상표권 등 스무개가 넘는 산업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하 대표는 신개념 집진기 ‘필터칸(FILTER-KAN)’을 직접 개발했다. 필터칸 집진기는 일반 먼지뿐 아니라 미세분진, 플라즈마 흄(plasma fume) 등 기존 집진기로는 잘 걸러지지 않던 먼지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플라즈마 흄은 용접 과정이나 조선소, 산업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분진으로 가볍고 입자가 작아 기존 집진기로는 잘 걸러지지 않았다.

또한 기계 위쪽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하강기류를 통해 상부에서 하부로 여과·배출하는 방식을 사용, 필터링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이 집진기는 회사의 대표 제품이 됐다.

집진기를 비롯한 그린컨기술의 환경오염 방지 설비는 제강, 비철, 시멘트 공장, 조선소, 발전소, 화학, 목재 공장 등 여러 분야에 공급되고 있다.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별로 맞춤형 설비를 제공하는 것이 하 대표가 밝히는 차별화 포인트다.

“40여년 가까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덕에 회사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한눈에 딱 보입니다. 오랜 현장경험이 결국 저와 회사의 성공 노하우가 된 거죠.”

하 대표는 98년 창업 전까지 23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동년배 중에서도 경력이 긴 축에 속한다. 이 시간은 이후 숙련기술인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하 대표는 회상했다.

하 대표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뭐가 됐든 재미있게,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재미있게 하다보면 일의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그의 논지다.

“지금의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봐도 ‘1만 시간’의 두배가 훌쩍 넘는 숙련기간을 그곳에서 거친 셈이죠. 박봉에 일도 고됐지만 그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일했어요.”

회사를 설립하고 17년차에 이른 지금, 그린컨기술은 환경오염 방지설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에는 환경오염 측정 및 환경 관리 대행업체를 인수,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쯤 되면 만족할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 기술인을 자처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일을 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은 직원들에게 기술 연구의 즐거움과 숙련을 통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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