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열전]하순철 그린컨기술㈜ 대표
모든 근로자에게 직장은 제2의 집이다. 대부분 기업이 쾌적한 작업환경을 유지하며 직장을 쓸고 닦는 이유다. 하루 종일 기계를 직접 다루며 산업 먼지와 씨름하는 기술인들에게는 깨끗한 작업환경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하순철 그린컨기술㈜ 대표는 맞춤형 환경설비 개발로 산업현장 작업환경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기술인을 위한 기술인인 셈이다.
그린컨기술은 분진, 유해가스, 악취 제거 및 처리 시설, 원심력 집진 시설 등 환경오염 방지 설비를 중심으로 대기·수질 측정 및 환경관리 서비스 사업까지 확대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10개의 기술 특허와 실용신안, 상표권 등 스무개가 넘는 산업 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하 대표는 신개념 집진기 ‘필터칸(FILTER-KAN)’을 직접 개발했다. 필터칸 집진기는 일반 먼지뿐 아니라 미세분진, 플라즈마 흄(plasma fume) 등 기존 집진기로는 잘 걸러지지 않던 먼지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플라즈마 흄은 용접 과정이나 조선소, 산업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분진으로 가볍고 입자가 작아 기존 집진기로는 잘 걸러지지 않았다.
또한 기계 위쪽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하강기류를 통해 상부에서 하부로 여과·배출하는 방식을 사용, 필터링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이 집진기는 회사의 대표 제품이 됐다.
집진기를 비롯한 그린컨기술의 환경오염 방지 설비는 제강, 비철, 시멘트 공장, 조선소, 발전소, 화학, 목재 공장 등 여러 분야에 공급되고 있다.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기업별로 맞춤형 설비를 제공하는 것이 하 대표가 밝히는 차별화 포인트다.
“40여년 가까이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덕에 회사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한눈에 딱 보입니다. 오랜 현장경험이 결국 저와 회사의 성공 노하우가 된 거죠.”
하 대표는 98년 창업 전까지 23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동년배 중에서도 경력이 긴 축에 속한다. 이 시간은 이후 숙련기술인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큰 자산이 됐다고 하 대표는 회상했다.
하 대표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뭐가 됐든 재미있게,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재미있게 하다보면 일의 효율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경쟁력이 생긴다는 게 그의 논지다.
“지금의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 봐도 ‘1만 시간’의 두배가 훌쩍 넘는 숙련기간을 그곳에서 거친 셈이죠. 박봉에 일도 고됐지만 그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일했어요.”
회사를 설립하고 17년차에 이른 지금, 그린컨기술은 환경오염 방지설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지닌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에는 환경오염 측정 및 환경 관리 대행업체를 인수,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이쯤 되면 만족할 법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장 기술인을 자처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일을 하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좀 더 많은 직원들에게 기술 연구의 즐거움과 숙련을 통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