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영화 ‘소리굽쇠’가 개봉한 이후 위안부 관련 영화들이 연이어 제작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영화로 남기려는 이 같은 움직임에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낮은 목소리’(1995), ‘숨결’(1999),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9) 등 이전에 개봉된 위안부 소재 영화들이 위안부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둔 다큐멘터리 성격이 강한 반면 현재 상영 중이거나 곧 개봉될 영화들은 해방 이후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의 고통을 정서적으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사회에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위안부 영화를 들여다본다.

●소리굽쇠=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 ‘소리굽쇠’는 밀양 태생의 박옥선 할머니의 가슴 저린 이야기가 중심 스토리로 전개된다. 일제강점기 방직공장에 취직시켜 주고 돈도 많이 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중국으로 건너간 꽃다운 나이의 소녀 ‘귀임(이옥희)’이 주인공이다. 귀임은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일본군 정신근로대로 하루하루 힘든 삶을 이어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조국이 해방을 맞았지만 돌아가지 못한 채 70년 긴 세월을 중국 땅에서 통한의 삶을 보낸다. 실제로 박 할머니는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오랜 세월 중국에서 힘겹게 살다가 2001년 한 조선족 동포의 제보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에 끌려갔던 위안부들의 치욕과 그 고통스러운 나날이 7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치 소리굽쇠처럼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을 그렸다. 그런 까닭에 대중이 꼭 봐야 하는 영화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 사이에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 위안부=다음달 초 개봉 예정인 ‘마지막 위안부’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애환과 고통, 전쟁의 참혹상을 그린 영화다. 한국과 일본, 중국 출신의 세 젊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겪은 고통을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임선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역사적 자료를 수집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피해 현장을 찾아 자료를 모았다.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현역을 떠난다는 임 감독은 “1992년 중국 창춘의 한 조선족 식당에서 우연히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며 “어느 나라에서도 여성의 성을 전쟁에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의 주된 촬영지인 평창 차항리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소 오픈세트는 앞으로 위안부 박물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귀향=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담은 영화 ‘귀향(鬼鄕·혼이 되어 고향에 돌아온다는 의미)’도 주목받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는 강 할머니는 1943년 중국 무단장 위안소로 끌려갔다. 일본군이 전염병에 걸린 여자들을 산 채로 태워 죽일 때 가까스로 살아나는 등 험난한 삶을 살아왔다.

영화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가 서로 고통을 치유해 가는 내용을 그린다. 주인공 정민 역은 재일교포 4세 강하나가, 그의 아버지 역은 배우 정인기가 연기한다.
10여년간 시나리오 단계에 머물던 영화는 10월 말 촬영에 돌입, 급물살 타며 국민 후원으로 제작되고 있다. 재일교포 및 일본 배우를 포함해 거의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재능기부 방식으로 참여한다.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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