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은 이후 ‘장애자’, ‘불구자’, ‘절름발이’등의 표현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나에게 직접 하는 말이 아니고, 말하는 사람에게 악의가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괜히 무시당하는 것 같아 화를 낸 적도 많습니다.” (김관철씨, 36, 장애2급)

앞으로 방송, 언론 등에서 장애 비하 표현이 사라질 전망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일상생활 등에서 무심결에 내뱉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는 표현에 대해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인권위는 “사회적 소수집단을 가리키는 부정적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이들에 대한 억압과 멸시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눈뜬 장님, 꿀 먹은 벙어리 등 관용적 표현으로 직접적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런 표현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방송서 비하 표현 없어야”
인권위는 언론매체의 장애 비하 표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신문, 방송 등 언론보도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지칭, 속담, 관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개선 의견을 분명히 표명한 것. 인권위는 주요 일간지 10개사, 지상파 방송 3사에 ‘장애인 보도준칙’을 포함한 ‘인권보도준칙’을 준수하도록 방송·신문기자 대상의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언론보도 시 장애인 비하 표현이 사용되지 않도록 관심과 주의를 갖도록 당부했다.

지난 한해 동안만 언론매체 대상으로 장애인 비하 표현 관련 진정이 174건이나 제기됐으며, 올해 역시 유사한 진정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해 인권보도준칙 실태조사 및 민간단체의 언론 감시 결과, 신문이나 방송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만드는 표현이 빈번할 뿐만 아니라 쉽게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을 살펴보면 신문·방송 등 언론보도에서 ‘장애자’‘정신박약’ ‘불구자’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귀머거리’‘벙어리’‘장님’‘절름발이’ 등의 용어는 ‘벙어리 냉가슴’ ‘꿀 먹은 벙어리’ ‘눈뜬 장님’ ‘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 속담이나 관용어구와 함께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무심코 사용하는 속담 속 비하 발언
물론 ‘벙어리 냉가슴’ 등에서 ‘벙어리’는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을, ‘절름발이 정부’ 등의 표현에서 ‘절름발이’는 절름거리는 장애 상태를 비유해 ‘조화롭지 못하거나 부족한 양상’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된다. 전체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을 보고 고집을 부린다는 의미의 ‘눈뜬 장님’에서 ‘장님’은 ‘사리판단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특정 상태나 상황을 비유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이 같은 속담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거나 장애를 비정상적 의미로 나타내는 차별적 행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표현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벙어리’는 ‘언어장애인’ ‘장님’은 ‘시각장애인’‘절름발이’는 ‘지체장애인’등 올바른 표현을 써야 한다.

‘장애자’라는 말도 사라져야 한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애자’는 1981년 6월 ‘심신장애자복지법’의 제정 과정에서 일본 자료를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 용어다. 그런데 ‘자(者)’는 인격을 비하하는 ‘놈자(者)’로 일본식 표기이므로 개칭돼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치면서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으로 개칭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과거로부터 답습해 온 부정적 용어와 표현은 불특정 장애인에 대한 나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고 인격과 가치에 낮은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비하 소지가 있는 용어 및 부정적 의미를 내포한 장애 관련 속담 표현 등은 그것이 장애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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