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즐거운 가을이다. 온갖 별미들이 입맛을 자극해 살이 찌는 계절이다. 풍성한 식탁만큼이나 영양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바다 음식은 떨어진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도 그만이다. 쌀쌀한 바람에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면 보고 싶었던 지인을 불러 가을 별미에 가볍게 술 한잔 기울이는 건 어떨까.

 
바다를 닮은 맛 과메기
11월 본격적 제철을 맞은 과메기는 계절 진미라 불릴 만큼 유명한 음식이다. 꽁치를 차가운 바닷바람과 햇살에 쫀득쫀득하게 말린 과메기는 어떤 환경에서 얼마 동안 숙성했느냐에 따라 그 맛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본고장 포항의 전통 과메기는 꽁치를 통째로 매달아 숙성시킨 것으로 최소한 보름이 걸린다. 바닷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던 방법으로 물컹물컹한 느낌이 들고, 비릿한 맛이 강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배지기 과메기’는 꽁치를 반으로 갈라 7일 정도 말린 것으로 비린내를 싫어하고 쫀득쫀득한 맛을 즐기는 도시 사람들의 입맛에 맞췄다.

그런데 사실 꽁치 과메기는 가짜다. 원조 과메기는 청어로 만든 것. 청어를 두름에 꿰어 바닷가에 두면 차가운 바람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꾸덕꾸덕한 과메기가 된다. 청어가 귀한 몸이 되면서 꽁치가 그 자리를 꿰찼는데, 올해는 청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청어 과메기가 다시 뜨고 있다.

생미역에 김을 깔고 과메기 한점을 고추장에 푹 찍어 올린 후 파, 마늘을 얹어 소주와 함께 마시면 그야말로 푸른 바다가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주당들이 과메기에 꽂히는 순간이다. 최근에는 과메기를 이용한 스파게티, 돈가스, 탕수육도 선보이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다양한 음식으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살아있는 대자연의 단맛 대하·꽃게
‘노인의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는 가을 대하는 속담처럼 칼슘이 풍부하다. 15㎝ 가량의 크기에 껍질에 윤기가 흐르고 붉은빛을 띠는 것이 싱싱하다. 까먹기 귀찮아 대하를 멀리했던 사람이라면 가을 대하의 맛을 보라. 아마도 그 단맛에 손가락을 멈출 줄 모를 것이다. 대하는 산지인 강화도 혹은 대부도에서 소금과 황토에 구워 먹는 것이 단연 일품이다. 서해안과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특유의 식감과 단맛이 절정에 달하는 건 한창 살이 오른 바로 지금이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고. 안심해도 된다. 대하에 함유된 타우린이 오히려 혈압을 안정시키고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 전문가들은 “대하를 먹을 때 머리, 꼬리 다 떼어내고 몸통만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껍질째 다 먹는 게 좋다”며 “대하 머리 부위에 양질의 단백질이 많고 껍질엔 간 기능 활성화 및 해독 작용에 탁월한 타우린이 풍부하다”고 전한다.

꽃게 역시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고 껍질에 함유된 키토산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칼슘 또한 많아 골다공증에 좋은 가을철 대표 별미다. 탕·찜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단백질, 비타민A, 칼슘, 미네랄 등을 고루 갖춘 저지방 영양 식품이다. 대하와 마찬가지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특히 수꽃게는 소고기보다 약 5배 많은 타우린 성분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탁월하다. 변비, 당뇨, 빈혈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권장할 만하다. 오메가3 또한 풍부해 두뇌 건강뿐만 아니라 시력 보호, 치매 예방 효능도 있다.

톡톡 튀는 알맛 도루묵
조선 14대 임금 선조가 임진왜란 피란길에 ‘묵’이라는 생선을 먹고 그 맛이 너무도 좋아 이름을 ‘은어’라 바꿨다. 전쟁이 끝난 후 궁에 돌아가 그 생선을 다시 먹었는데 이전의 맛과 달라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고 한 것에서 유래한 생선 도루묵. 요즘 이 도루묵이 제철을 맞아 인기다.

도루묵은 먼 바다에서 돌아와 연안에 알을 낳는 11~12월 가장 맛있다. 입 안에서 알이 톡톡 터지면서 즐기는 특유의 고소함이 최고다. 비린내가 거의 없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주당들 사이에선 연탄불에 구운 도루묵 안주가 그야말로 술도둑. 매콤한 양념에 조리거나 찌개로 먹어도 맛있다.

대표적 저칼로리 생선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DHA·EPA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질환 및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100g당 DHA 709㎎으로 전어의 2배, EPA는 523㎎으로 갈치의 2배에 달해 성장기 청소년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에도 좋다.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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