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일 여의도 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내수 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 이후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중기중앙회를 방문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기문 중앙회장,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사진=나영운 기자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시점에서 대기업들이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왜곡을 지속하고 있으며, 두부·순대·단무지·떡·어묵 등 재합의 품목 중 49개를 빼달라고 신청하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적합업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 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 (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1997년 사치성 소비재에 대한 과세 목적으로 도입한 개별소비세는 2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기준금액이나 품목에 큰 변화가 없습니다. 가방·가구·모피·시계·로열젤리 등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소비촉진을 위해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고 관광이나 문화생활에 쓴 현금과 카드 사용분의 30%가량을 소득공제해야 하는 등 문화 여가비에 대해 소득공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명철 중기중앙회 부회장 (피혁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계가 겪는 현장 애로사항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최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는 여러 분야의 중소기업인들이 참석해 건의사항을 상세히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서 제기된 건의사항은 50건. 중기중앙회가 개최한 역대 중소기업계 간담회에서 발표된 건수로는 최고치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계의 고충을 해결해 줄 최경환 부총리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경제부총리와 중소기업계의 만남은 지난 2004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후 10년 만에 중기중앙회에서 갖은 특별한 행사였다. 최경환 부총리는 과거 지식경제부 장관 재임 때부터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까지 줄기차게 중기중앙회를 방문하며 중소기업계의 애로사항을 점검하는 열의를 보여 왔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단체 가운데 최초로 중기중앙회를 찾은 것은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계를 위해 많은 관심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적합업종 재합의 지원 절실해”
이날 중소기업계에서는 김기문 회장을 비롯해 업종별 협동조합, 소상공인연합회, 여성경제인협회, 벤처기업협회 대표 등 50여명이 참석해 다양한 분야의 건의 사항을 설명했다. 이날 제시된 건의 사항은 현장건의 12건, 산업·중소기업 지원 9건, R&D 지원 5건, 세제지원 9건, 공정경쟁환경 조성 4건, 소상공인 지원 5건, 경영애로 해소 6건 등으로 분류된다.
최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중소기업 유관기관 고위 인사들과 함께 중소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고 해결 방안을 답변했다.

특히 이날 중소기업계는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조율 중에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구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대기업이 두부, 순대, 단무지, 떡, 어묵 등 49개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해제를 신청한 건 다시 이들 제품을 공격적으로 생산해 시장에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골목상권 붕괴 직전에 있는 적합업종제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호소했다.

서병문 중기중앙회 수석부회장(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대·중기 간 자율합의를 기반 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대기업이 조직적으로 적합업종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이 일궈온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기업의 행보는 지탄받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재 적합업종제도는 100개 품목 및 업종이 합의 돼 있으며, 올해 제조업 82개 품목의 권고기간 3년이 만료돼 재합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재합의를 신청한 77개 품목 가운데 64%에 달하는 49개 품목에 대해 적합업종 해제를 신청해 기본 제도의 취지를 무색케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 부총리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문제는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부터 관심이 높았던 분야로 부작용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중기청과 동반위가 잘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중기·소상공인 애로 ‘봇물’
고병헌 중기중앙회 부회장(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위한 의견을 피력했다. 고 부회장은 “게임산업이 문화부로 이관된 이후 전문성 없이 규제만 늘고 있는데 융복합적인 게임 특성상 주무부처를 문화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시켜 달라”며 애로 사항을 강하게 호소했다. 이어 문화부 관계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 대답만 잘하고 잘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며 규제 개선에 소극적인 정부 관료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한병준 중기중앙회 부회장(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사전제안요청서(RFP)의 요구를 명확히 해야 사업을 진행하다 추가로 기능개발 요구 등의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공공기관에서도 여전히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쓰거나 최저가 낙찰을 요구하는 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락현 한국죽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김치, 한과, 고추장, 된장, 죽염 등 전통식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무하다”며 “또 전통식품업체 42%의 매출이 1억원 이하인데, 대기업이 대거 시장에 진출해 있어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박대춘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IC카드단말기 교체사업 추진권’을 정부에 요구했다. 박 회장은 “개인정보 유출에 책임이 있는 VAN사가 단말기 교체를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10월부터 영세 카드가맹점 단말기 40만대가 교체 예정에 있는데 소상공인연합회가 이 사업을 추진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생활밀착형 SOC 예산 확대돼야”
표재석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한 생활밀착형 SOC사업예산 확대를 호소했다. 표 회장은 “댐 건설 등 대규모 SOC 투자방식에서 상·하수도 정비, 도시재생, 도로방재, 교통안전시설 등 생활밀착형 SOC 투자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정부의 SOC 예산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지역경제 악화와 일자리 감소 등 직접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SOC 예산은 25조원으로 올해 23조7000억원으로 축소됐으며,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11조6000억원으로 줄여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정부의 SOC 예산축소는 노후 인프라 개선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SOC 투자를 확대하는 선진국 행보와 배치되는 모순도 보인다. 이에 표 회장은 “대한전문건설협회의 4만여 회원사와 150만명의 근로자가 줄어드는 사업 예산으로 큰 고민에 빠진 상황”이라며 조속한 예산 확대를 주장했다.

이밖에도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장 건의사항으로 △해외전시회 수출 판로 및 중소기업 인식개선 예산 확대(이재화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코넥스 상장기업에 대한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인천공항면세점 입점 중소·중견기업에 적정 임대료 적용(강근태 ㈜넥시티아시아 대표) △코스닥 시장 독립성 강화 및 상장요건 완화(남민우 벤처기업협회 회장) △목재가구 원·부자재 수입관세 인하(양해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등 정부가 중소기업 살리기에 더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