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치형 천장 아래로 수많은 가게가 즐비해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 중앙시장 내부 풍경. 과일을 색깔별로 모아 놓은 것이 이채롭다.

손님 시선 유혹하는 ‘컬러마케팅’
브라질 전통시장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이 이리저리 찾다가 포기하고 현지인에게 물어봐 추천받은 곳이 상파울루 중앙시장이다. 택시에서 내려 시장 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길거리 노점상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눈앞에 웅장한 건물이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메인 통로는 폭이 4~5m 정도로 마트처럼 넓고 깨끗했다. 특이한 것은 통로보다 10cm 정도 높이 턱 위에 상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흔히 말하는 영업선인 것 같았다. 한국 전통시장에서도 고객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영업 한계선을 긋고 그 안에서만 물건을 내놓고 팔게 했지만 지키는 곳이 드물다. 그런데 이 시장은 아예 설계할 때부터 인위적으로 고객 동선과 영업 동선을 분리해 버린 것이다.

1층에는 유난히 과일 가게가 많았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말고도 정체가 궁금한 열대 과일이 총천연색 빛을 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보물이라도 되는 듯 모든 과일이 색종이에 싸여 있다는 것이다. 붉은 과일은 초록색 종이를, 노란 과일은 보라색 종이를 감싸 보색 대비로 과일 색상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한국에서 과일을 저렇게 진열하는 곳은 백화점 과일 매장뿐이다. 선물용 과일 바구니에 담을 때 저렇게 포장한다.

또한 과일을 파는 점원은 모두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다. 가게마다 자신의 컬러를 정하고, 그 색상과 간판과 유니폼, 모자에 적용해 통일감과 함께 신뢰를 주고 있었다. 이는 진열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이마트 하면 노란색, 홈플러스 하면 빨간색, 그 주제색을 반복해서 고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은 작은 칼을 들고 즉석에서 과일을 잘라 고객들 입에 넣어 주더니, 열심히 그 과일에 대해 설명했다. 어쩌면 저렇게 지치지도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할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들은 모두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이었다.
또한 그들이 착용한 유니폼은 과일 전문가로서의 카리스마와 신뢰를 더해 주는 비주얼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상파울루 중앙시장은 편의시설을 정비하며 쇼핑과 만남의 명소로, 미식 관광의 대표지로 떠올랐다. 가게를 정렬하고 규격화하며 어지럽고 무질서한 전통시장의 단점을 보완했다. 무질서하기로 유명한 브라질에서 만난, 가장 질서가 잘 지켜지고 있는 시장이었다.

- 글 :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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