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랑주(맨 앞) 이사장이 터키 이스탄불의 최대 전통시장인 ‘그랜드 바자르’를 둘러보고 있다.

이랑주 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012년 40여 개 나라 150여 곳의 전통시장을 방문하며 경험한 여러 사례와 장사 철학을 중소기업뉴스에서 매주 소개한다. <편집자주>

어느날 빈 점포가 수두룩한 지하상가에 강의를 가게 됐다. 상가에 들어서는 순간 장사가 심각하게 안 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강의 중에 처음 입사했던 회사 이야기를 종종 한다. 그곳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했던 2년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회사는 1980년 이대 앞 보세옷 가게로 시작해 오늘날의 대기업이 된 회사다.

그런데 아주머니 한 분이 질문을 하셨다.
“나도 80년도에 옷 가게 시작했는데, 난 왜 다 망해 가는 상가에 있는 걸까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사장님도 열심히 하시면 잘될 거예요. 힘내세요”하는 상투적인 답변을 하고 말았다.

내가 만난 전통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분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 하루에 12시간은 기본이고, 새벽에 나와 도매 장사를 하고 낮에 시장 한 귀퉁이에서 쪽잠을 잔 뒤 다시 오후 소매 장사까지 하신다.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왔는데 잘되는 사람보다 장사가 안 돼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일까?

나는 그런 질문을 가지고 2012년 3월 세계 일주를 떠났고, 1년간 40여 개국 150여 곳의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한국의 전통시장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살아나는 시장보다 사라져 가는 시장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해외 다른 나라의 시장은 어떤지 궁금했다. 한 시장이 백 년을 유지하기도 힘든데, 대체 어떻게 수백년의 세월을 이기고 현재까지 살아남아 고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그 비법을 알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시장을 다니며 안타깝다고 느꼈던 점은 시장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주말에만 혹은 요일을 정해서 여는 시장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페인과 영국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랐다. 그곳의 상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닙니다”였다. 자신들이 파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시장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물건을 파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시장이 와서 느끼는 감정, 이곳에서 접하는 경험에 집중하는 그들을 보며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향을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이랑주(한국VMD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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