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소기업 임직원 및 전문가 등 250여명이 지난 5일 여의도 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개선 공청회’에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사진=나영운 기자>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및 제도개선’ 공청회에서는 △적합업종제도 개선방안(김종일 시장경제연구원 교수) △적합업종 재합의 가이드라인(이동주 중소기업연구원 본부장) △적합업종 운영현황과 향후 추진 계획(조금제 동반성장위원회 부장) 등 3대 이슈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간 찬반 대립양상이 펼쳐졌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현재까지 100개가 지정돼 있으며 대기업 진입 자제 등의 보호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82개 품목의 지정 기간(3년)이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만료됨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 주도로 이뤄지는 대·중소기업간 재합의 논의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中企42% “경영개선 덕 봤다”
적합업종 지정 사실을 인지한 중소기업 가운데 42.3%는 이 제도 덕분에 경영이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반위가 지난 1∼2월 적합업종 대상인 중소기업 1715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올해 적합업종 적용 기간이 만료되는 품목 51개의 재지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실시됐다.적합업종 지정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중소기업도 74.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신제품 개발 등의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기업이 적합업종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만족도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5점 척도 기준으로 만족도가 3.07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대기업의 가격 덤핑과 인하, OEM 형태로 위장한 시설확충 등 지정된 시장에서 대기업이 계속 진출하면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기업 불공정 행위의 심각성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기업 가운데 38%가 대기업의 불공정한 횡포가 자사의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불공정한 횡포를 가끔 또는 빈번히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41.2%에 달했다.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만족도는 3.56점(5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매출 증대 만족도는 2.95점, 수익 증대 2.93점, 경영 전반 3.28점으로 각각 조사됐다.

반면 적합업종 제도를 바라보는 대기업의 시각은 중소기업과 현격하게 달랐다. 동반위가 같은 기간 138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적합업종 제도로 경영 활동에 ‘상당히 지장을 받았다’는 기업이 31%였다. 지장을 받지 않았거나 별 차이 없다는 대기업은 33%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은 기준 아닌 참고사항”
이러한 적합업종 제도의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적합업종 재합의 가이드라인’은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가이드라인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아 이해 관계자들간 적합업종 품목 재합의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패널 토의에서 “대·중소기업간 자율합의에 기반한 적합업종 제도의 기본 성격을 감안하면, 사전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업계들끼리 협의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회장은 “가이드라인 때문에 억울하게 기회를 잃은 품목이 생길 경우 해당 중소기업계가 추후에 입게 될 피해를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추진 중인 재합의 가이드라인은 ‘해제품목 선별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대·중소기업이 재합의 논의를 할 때 참고사항’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또한 가이드라인에서 시장점유율·성장률·매출액 등을 평가할 때에도 반드시 권고사항 안에 세부품목을 기준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실제 대·중소기업계가 합의한 사항과 전혀 다른 내용들이 확산될 우려 때문이다.

실례로 일각에서 두부를 적합업종에 지정해서 대기업이 두부사업을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왜곡된 경우도 있었다. 두부의 경우 포장두부와 판두부처럼 대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과 중소기업이 만들 수 있는 품목을 구분해서 시장점유율·성장률·매출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가이드라인이 재합의 기간을 판단하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1~3년이라는 차등기간 제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소기업계는 기간 차등화 적용은 향후 소모적 논쟁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동반위가 합의 기간 내에도 대·중소기업의 신청에 따라 권고기간 및 내용을 변경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합의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기업 독과점 만연” 우려도
이날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패널토의에 나선 전문가들은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대기업계의 주장에 대해 질타를 쏟아냈다. 대기업계를 대표해 학계에서 나온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 추진된 동반성장의 여러 결과를 보면 동반도 성장도 없었던 것 같다”며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에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대변한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적합업종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대기업들의 부적절한 독과점 구조가 만연한 한국경제 안에서 중소기업이 공정 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인 시장의 논리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적합업종 제도를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해철 중기중앙회 정책개발 1본부장은 “대기업의 독과점 현상에 따른 소비자의 후생 저해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독점해 시장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정하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했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의지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박 본부장은 “중소기업의 제조원가가 7% 올라가는 동안 대기업은 겨우 하청업체한테 0.4% 원가 상승비를 반영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중소기업이 경쟁력과 혁신을 이룰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적합업종 제도가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막는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반위는 적합업종제도 개선방안 및 재합의에 대해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적극 검토해 이달 9일 실무위원회를 거쳐 11일, 제28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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