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운성 ‘가족도’

이중섭·박수근 … 이름만으로도 벅찬 감동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이번달 30일까지 진행되는 ‘명화를 만나다 :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은 올해를 연 화제의 전시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미술사에 이름을 올린 유명 화가 57명의 수묵채색화, 유화 등의 회화작품 100점이 4부로 나눠 망라돼있어 근현대 회화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덕수궁 미술관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교과서나 도록 등을 통해 익히 봐온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진본을 접하는 감격은 미술애호가만의 호사일 수 없으니까. 혼자 조용히 응시하기보다 두서너 명씩 무리지어 소곤거리며 감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그림이 쉽게 와 닿고, 그래서 감상을 말하거나 아는 체 하고 싶어져서일 것이다. 해외 작가 작품 앞에서는 오래오래 머물며 꿰뚫어보는 이들이 많아, 체득하겠다는 맹렬한 기운이 느껴지곤 했는데, 한국 근현대 미술사 책에 수록된 우리 작가들 작품은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익히 알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풍긴다고 할까.
가장 관심을 갖고 본 부문은 ‘근대적 표현의 구현’이라는 제목의 1920~30년대 작품들이다. 고희동이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1915년을 기점으로 하는 한국 근대 미술은 유채와 수채 등의 재료에서부터 기법과 양식, 조형 방식, 그림을 다루고 감상하는 태도, 전시회를 비롯한 대외 활동, 감상자들의 감상활동 등의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는 설명이 따른다.
이 외에도 화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남녀를 사실적으로 그린 김인승의 ‘화실’, 정물화의 모범인 이인성의 ‘해당화’, 큰 나목이 그림자를 드리운 초가집과 작은 소녀를 그린 오지호의 ‘남향집’, ‘한국의 로트렉’이라 불리는 구본웅의 표현주의 기법 인물화 ‘친구의 초상’, 화가 자신의 인물 해석이 곁들여진 배운성의 대형 그림 ‘가족도’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부는 ‘새로운 표현의 모색’(1940~50년대)이란 부제로 모아진다. 1940년대 초 전쟁 여파로 전시 체제 하의 시각매체에 동원되거나 저항의 뜻으로 침묵하고 붓을 거둔 화가들은 광복 이후 변화를 맞는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흰소 그림 등 소 그림 3점을 포함한 이중섭 코너와 거친 마티에르로 빨래하는 여인, 아기 업은 소녀 등을 그려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불리는 박수근 코너가 마련됐다.
‘전통의 계승과 변화’로 요약된 3부는 이응노, 변관식, 김기창, 천경자 등의 대형 수묵채색화로 채워져 있다. 1960~80년대 작품을 모은 4부는 ‘추상미술의 전개’로 소개되며 유영국, 최영림, 한묵 등의 예전 그림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지어졌으니 이제 근대 미술가들 작품도 상시로 볼 수 있도록 별도의 미술관이 생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야 근대 미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 새로운 발굴과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겠는가. 도록으로 익숙해져 원화는 보지 못했으면서도 이미 봤고 그래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일이 줄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전시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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