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는 실존 인물, 실화에 기초한 영화들로 넘쳐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속 이야기와 인물을 찾아가는 해외 영화들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 복고 열풍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물론 복고 분위기에 차이는 있다. ‘써니’, ‘응답하라 1994’ 등 한국은 단순한 노스텔지아에 기대는 측면이 있다면 할리우드 영화는 당대와 인물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후보작 9편 중 무려 5편이 실존 인물, 실화 바탕 영화다.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년’은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자유 주(州)의 흑인을 납치해 노예 주로 팔아넘기던 사건이 많았던 1840년대 미국에서 바이올린 연주자인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이 납치돼 12년간 노예로 살았던 자전적 기록을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치웨텔 에지오포는 성실한 연기로 시드니 포이티어와 덴젤 워싱턴을 잇는 모범 흑인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될 듯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캡틴 필립스’는 2009년 4월,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가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들에 의해 납치되고, 선장 리차드 필립스(톰 행크스)가 19명의 선원을 대신해 5일간 인질로 잡혔던 사건을 긴박하게 재현한다.
데이빗 O.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은 FBI 수사관 존 굿과 앤서니 아모로소, 사기꾼 멜 와인버그 등이 함정 수사로 6명의 하원의원과 1명의 상원의원, 뉴저지 캠든의 시장을 포함한 공무원들 비리를 적발했던 1970년대의 앱스캠 스캔들에 기초했다.
크리스천 베일이 무려 20kg을 찌운 뒤룩뒤룩한 배와 공들인 대머리 분장으로 진지한 연기를 펼쳐 냉소적 유머를 날린다.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도 사기꾼 행각을 화려하고 빠른 템포로 치장한다. 현란한 언변, 수려한 외모, 명석한 두뇌로 주가 조작 사기를 벌여 1990년대의 월스트리트를 흔들었던 조단 벨포트로 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정 넘치는 원맨쇼가 압권이다.
HIV 바이러스 감염으로 30일 시한부 생을 선고받은 텍사스의 전기기술자 론 우드로프가 의사가 처방한 AZT 대신 복합 약물 요법으로 7년을 더 살며 FDA와 싸운 실화는 장 마크 발레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만들어졌다.
매튜 멕커너히는 갈비뼈가 드러나고 다크 서클이 내려앉은 퀭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20kg을 감량하고, 지켜보기 힘겨울 만큼 안타까운 투혼을 벌인다.
톰 행크스를 제외한 네 배우 모두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특히 ‘달라스 바이러스 클럽’은 매튜 먹커너히의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및 분장상 수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