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트라 동남권지원단이 주최한 ‘차이나 빅100 플라자 2013’행사가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중국 바이어들과 부산·울산·경남지역 산업체 관계자들이 수출상담을 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산업연구원은 최근 분석보고서를 통해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기업은 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원이 중소기업 39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도출한 결과다.
그렇다고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이 수출기업으로 도약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땀과 눈물을 통해 세계시장에 뻗어나가는 중소기업들의 수출전략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의 ‘히든챔피언’으로 급부상 중인 이들 강소기업들은 DNA부터 다르다.

토종기업보다 더 토종같이
처음부터 수출전선에서 두각을 나타낸 중소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땀과 눈물로 범벅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체질을 개선했다. ㈜경승도 마찬가지였다. 경승은 자카르타에서 섬유봉제 사업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국민기업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진출 초기에는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었다. 배응식 경승 자카르타법인장은 1998년 인도네시아 폭동사태를 회고한다. 당시 중국 화교들의 경제식민 지배에 반발한 대규모 유혈사태였다.
“거리는 아수라장이었다. 당장 항만 부두로 나가 서류와 샘플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폭동이 진압되기 전에 우리의 꿈이 먼저 날아갈 것이다. 현지 거래처들이 모두 잠적하는 바람에 우린 목숨을 내놓고 거리로 나가야 했다.”
거리엔 얻어맞아 피를 흘리는 중국인들이 즐비해 다른 나라 교민들은 서둘러 자국으로 피난을 갔지만 경승의 직원들은 수십일 간의 폭동 속에서도 공장을 지켜냈다.
경승은 그 뒤로 정도(正道) 경영을 펼쳤다. 300여개의 현지 봉제기업들과 경쟁하면서도 고품질, 납기일 엄수, 인권보호 등을 경영철칙으로 삼고 헤쳐 나갔다. 현지 직원들의 경조사를 챙길 만큼 가족처럼 지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중요하게 여겨 인도네시아 교민들과 더불어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만 3곳, 베트남 1곳 등 총 4곳의 공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한세베트남도 현지화 전략에 있어 빠지지 않는다. 2001년 설립돼 ‘베트남의 삼성’이란 별칭이 붙은 한류기업이다. 한세실업의 현지 법인인 한세베트남은 호치민에 진출한 가장 규모가 큰 섬유업체로 나이키, 유니클로 등의 브랜드를 OEM방식으로 생산한다.
한세베트남은 사회공헌 활동으로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2003년부터 매년 현지 고교 7곳에 장학금을 전달해왔고 베트남국립도서관과 대학에 도서 2만권 기증, 심장병 어린이환자 의료비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지역사회 발전을 도왔다. 김철호 한세베트남 총괄법인장은 “베트남 고용과 수출에 일조하며 현지화에 주력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생산기지 다변화하고 교체시장 노려라
의료소재를 제조하는 메타바이오메드는 차별화된 생산기지 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 심기일전하고 있다. 오석송 회장은 “기둥이 있으면 자르고, 산이 있으면 구멍을 뚫고 바다가 있으면 메우겠다”고 말한다. 매출 90%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메타바이오메드는 중국, 미국, 캄보디아에 생산기지를 세웠다. 중국과 태국의 현지법인은 치과용 재료의 생산량을 증대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법인이다.
미국 현지법인은 치과용 재료, 치과용 충전기기 등 세계 일류제품의 생산, 판매를 위한 기지로 선진시장에 메타바이오메드의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제품의 경우 인건비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캄보디아 법인에다 생산라인을 깔아 수지를 맞추고 있다. 각국마다 맞춤형 생산 공정 시스템을 갖춰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LED 조명산업의 다크호스로 해외진출에 나선 ㈜스타넷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타넷은 지난해 전년대비 580%라는 경이적인 매출 증가율로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다운라이트, 평판조명 등 인도어 제품과 가로등, 보안등, 터널등, 공장등, 공원등, 투광등 같은 아웃도어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장을 선도 중이다.
스타넷이 정조준한 해외시장은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몽골, 태국, 알제리, 필리핀 등이다. 세계 조명시장이 고효율 LED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이들 개발도상국들의 노후 조명 교체시장을 전략적으로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FTA 엔진 달고 수출 첫발 내딛는다
FTA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에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한다. FTA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을 마케팅에 적극 투자해 자사브랜드로 미국, EU 양대 수출시장 개척에 성공한 데코리아제과㈜를 비롯해 지난 2009년에 세계 7번째로 적외선 검출기를 개발하고 2012년 한-EU FTA를 통해 스웨덴에 22만달러를 첫 수출한 아이쓰리시스템㈜도 대표적인 FTA 활용사례다.
특히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은 FTA 전략품목 생산 기업중 수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 수출유망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중이다. 주로 영세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으로 작년 선정기업 1149개 가운데 수출규모가 10만달러 미만 중소기업이 133개(11.6%)나 차지했으며 절반이 넘는 620개 기업이 100만달러 미만 수출 중소기업이었다. 영세 수출기업 지원정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수출유망중소기업 선정이후 대외 신인도 증가 등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해 수출유망중소기업의 정책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수출유망중소기업의 평균 수출증가율이 동 기간 전체 중소기업 수출 증가율에 비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 중소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2009년 14%에서 2012년 0.4%로 곤두박질 치는 상황 속에서도 선정된 수출유망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은 같은 기간 16.9%에서 23.9%로 크게 성장했다. FTA가 수출중소기업에겐 추진 로켓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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