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화(에프비솔루션즈 대표·「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가업승계 성공요건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70세가 넘어 은퇴를 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영자는 2남1녀를 두었는데 자녀 가운데 누구도 사업에 관심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오래 전부터 임원 중 2명을 후계자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이 경영자는 아무리 봐도 자신을 대신할 만한 역량이 안 돼 보여 더 불안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기용하는 것도 더 어렵다. 중소기업이라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도 쉽지 않고 막상 채용한다고 해도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처럼 회사를 운영할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놓고 자녀 사이 분쟁이 끊이지 않는 대기업과 달리, 후계자로 나서는 이가 없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많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30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한 중소기업도 자녀들이 사업에 관심이 없어 몇년 전에 폐업을 했다. 회사를 매도하려고 알아봤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기업이 후계자가 없어 폐업한다면 거기에 딸린 수많은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된다.
1970~80년대 기업을 창업한 경영자들이 곧 은퇴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일본에서 조차도 후계자가 없어 승계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최근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동일한 업종과 규모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도 어떤 기업은 자녀들이 승계를 원치 않아서 폐업하는가 하면 또 어떤 기업들은 자녀들이 기업을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자녀들의 어린 시절에는 기업을 키우고 안정화시키는 데만 몰두했기 때문에 승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한다. 대부분 사업초기에는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경영자는 “자녀들에게는 이렇게 힘든 일을 맡기고 싶지 않다”며 “실제로 회사를 맡아달라는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창업주는 자녀들을 조기유학을 시킨다. 그들은 졸업 후 현지에서 좋은 직장을 얻기도 하고, 귀국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들을 하게 된다. 그런데 기업이 점점 커지는 반면 정작 본인은 은퇴시기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경영자들은 승계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자녀들은 이미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회사를 맡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자녀가 승계에 관심이 없는 기업의 대부분이 이러한 패턴을 보인다. 후계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 없이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이 결국 은퇴를 앞두고 승계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승계한 가족들은 이와는 다르다. 자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회사 이야기를 듣고 자라거나 대학교 때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이 된 경우가 많다. 그러면 부모가 승계에 대해 부담을 주지 않더라도, 자녀들은 승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자녀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밖에서 더 좋은 기회가 있음에도 승계를 기피하기 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제조업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기업을 계승하고 헌신하는 자녀들이 더 많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자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승계를 염두에 두고 경영을 해야 한다. 만약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 없거나 자녀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라. 외부에서 후계자를 영입할 것인가, 회사를 매각할 것인가. 답을 내렸다면 이를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일에 몰두하자.

김선화(에프비솔루션즈 대표·「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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