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 규제 전방위 확산…철저한 법규준수 필요
중국 사업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외국기업들은 과거에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장의 경쟁과 관련된 규제 강화이다.
경쟁법은 독점금지법이라고도 한다. 이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실현해 전체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해나갈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규이다. 전세계적으로 경쟁규제는 크게 독점금지, 가격담합, 경제력집중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중국은 2008년에야 경쟁법의 제정이 완료됐는데, 반부정당경쟁법, 가격법, 반독점법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가격법상 가격담합 관련 규제이다.
먼저, 올해 1월 중국 당국은 글로벌 LCD 제조업체 6개사에 대해 가격담합을 사유로 과징금 3억5300만 위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사안이 이슈가 된 것은 가격담합이 중국 국경 안이 아닌 해외에서 발생한 것인데도 중국 가격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최초의 경쟁법 즉 가격법이 역외 적용된 케이스이다.
그 다음, 올해 7월부터 중국 내 글로벌 제약기업에 대한 가격담합에 대한 단속이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영국계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를 필두로, 덴마크 인슐린 제조업체 노보노디스크, 독일 바이엘 등 약 60여개 다국적 제약회사에게 부당약값 인상 뿐 아니라 형법상 뇌물제공, 탈세 등에 대해 강력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강력한 경쟁법 리스크는 자동차, 여행, 보험 등 더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전방위 경쟁규제 강화에 대해 외국기업과 정부는 위장된 보호주의 즉 자국기업 보호라는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일부 케이스를 보면 보호주의적 요소를 부인하기 힘든 면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마오타이주와 우량이에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독점행위에 대해서도 4억위안이 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고, 또한 자동차 합자회사를 가격담합 조사대상에 포함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자국기업 보호 외에 다른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기업활동에 대한 강력한 규제강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민생개선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위해 기업에 대한 부담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은 심각한 빈부격차와 부동산 버블 등으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의 불만이 매우 높은 상황이며, 이는 글로벌 대국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중국의 최대 고민거리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산층 육성과 서민생활 개선을 위해 각종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한편, 중국 내 기업들에게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인하하여 민생개선이라는 범국가적 대의에 동참하라는 강력한 신호로 판단된다.
그 다음 시장경제 체제를 보다 규범화함으로써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최근 강화되는 소득재분배나 산업구조조정 등은 결국 국유기업과 같은 기득권 세력에게 일정한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지 순순히 개혁에 응하는 기득권 집단은 없으므로, 이를 압박하는 동시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내재된 것이다.
즉 시장에서 법질서를 더욱 강력히 수립하여 기득권의 반발을 무력화하고, 개혁을 더욱 심화하겠다는 의지로 생각된다. 
중국 정부의 목표와 의도를 비춰볼 때, 향후 민생개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조치는 내외자 기업,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중국에서 법은 존재하되 실재 실행되지 않은 법규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유명무실한 법규가 중국 내 상황변화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강력한 규제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1993년 제정된 가격법 상 가격담합 규제가 최근 강력해지는 것이 대표적 예다. 다행인 것은 중국정부에서는 규제를 강화하기 전에 시장에 일정한 신호를 보낸다는 점이다.
즉 가격담합 이전에 외자기업 M&A 규제 강화 등 시장규율을 꾸준히 강화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중국 내 사업환경 및 정책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규제리스크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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