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피해는 약과, G1 리더십 추락에 결정타 맞을 가능성
지난 10월1일,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국방이나 치안, 소방 등과 같은 필수 기능을 제외한 연방정부의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미국을 디폴트 코앞까지 몰고 간 연방정부 폐쇄 사태는 16일 만에 가까스로 끝났으나 미국 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혔다.
미국에서 연방정부의 기능이 정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긴 해도 정부폐쇄가 발생하지 않는 우리로서는 정부폐쇄라는 상황이 아주 낯선 일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 예산의 회계연도는 10월1일에 시작해서 9월30일에 끝난다. 그러니까 2013년 9월30일에는 2013 회계연도가 끝나고 2014 회계연도는 2013년 10월1일에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하기 전에 새 회계연도의 예산안에 기반한 세출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정부살림을 제대로 꾸러나갈 수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예산과 관련된 이슈를 두고 대립하면서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면 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게 된다. 특히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이 다르다면 더욱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예산안이 9월30일 이전에 법률 제정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각 부처들은 지출을 할 수 없게 돼 정부의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다.
물론 연방정부 폐쇄가 모든 기능의 정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방, 치안, 소방 등의 업무는 한시라도 정지되면 큰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면 연방정부의 부분 업무정지가 되는 것이다.
부분 업무정지라고 해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방정부의 다양한 서비스가 중단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국립공원과 박물관이 문을 닫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청이나 연방주택청의 대출, 보증 업무도 중단되고, 여권이나 비자 발급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처럼 연방정부 폐쇄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른 원인은 의료개혁, 소위 ‘오바마케어’ 때문인데, 상원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과 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은 오래 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의료개혁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 왔다. 2010년에 제정된 의료개혁법은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이에 대해 공화당은 의료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을 늘린다는 점을 들어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2014년 예산안 협상에서도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조건으로 내건 공화당과 의료개혁의 수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이 끝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일부 조항의 시행연기 등의 타협안도 끝내 무산되고 말아서 결국 연방정부 폐쇄에 이른 것이다.
연방정부 폐쇄로 당연히 경제에는 피해가 발생한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일 것이다. 이번 연방정부 폐쇄로 210만명의 연방정부 공무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80만명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갔다. 정부폐쇄 기간 중에도 업무를 계속하는 공무원들도 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소득이 없어진 공무원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또 연방정부의 다양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인 피해도 피해이지만 무엇보다 재정정책 나아가 정치권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숨은 비용이 될 것이다.
이번 폐쇄는 일단 해결됐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연방정부가 폐쇄된 것은 1976년 이후 총 17차례였는데, 역시 의회와 대통령이 의료나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예산편성 문제를 두고 대립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과 오바마케어를 둘러싸고 양당이 한 발도 양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비춰보면 연방정부 폐쇄 리스크는 반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은 최근 다른 선진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져왔는데, 재정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런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중요한 수출시장이자 글로벌 자금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경제의 리스크에 더욱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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