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 오프(Spin-off)는 고비용 첨단 방위산업 기술이 민간에 파급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특히, 방위산업에는 스핀 오프가 될 수 있는 첨단기술이 많다. 과거에 없었던 실시간 원격 지휘통제 시스템, 음속에서의 정밀 타격미사일, 무인차량 등 영화 속에서 보았던 첨단기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일례로 2001년도에 고작 50대에 불과했던 미국의 무인항공기 수가 지난해에는 7500대를 넘어섰다.
민간업체로 보면 방위산업의 첨단 기술을 이전받는 스핀 오프가 좋은 기회이다. 과거에 어떠한 스핀 오프가 이루어졌고 앞으로는 어떠한 기술이 스핀 오프 될 수 있을 건지 사례를 통해 스핀 오프 기회를 가늠해 보자.
◇전자레인지, 인터넷, GPS도 군사 기술
첫 번째 사례는 전자레인지이다. 미국의 대형 방위산업 업체인 레이시온의 한 연구원이 레이더 실험 중에 발생한 고주파가 주머니 속 초콜릿을 녹이는 현상을 발견한 것에서 유래했다. 초기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2m 크기에 현재가치로 2만달러가 넘는 고가였으나, 1970년대부터 크기를 줄이고 생산비용을 낮추면서 대중화됐다.
두 번째 사례는 인터넷. 1960년대 미 국방부 산하 연구소가 핵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개발한 것이 시초로 UCLA와 스탠퍼드 대학의 전산망에 연결되고 1983년 TCP/IP 기술이 덧붙여지면서 인터넷으로 진화했다.
세 번째 사례는 GPS이다.  1978년 미 국방부가 최초의 GPS용 위성을 발사하면서 군사용 위치 확인 시스템으로 시작했다. 1983년 구소련의 KAL기 피랍 사건을 계기로,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GPS를 민간에 개방했다.
다음은 방위산업에서 연구되고 있는 미래 첨단 기술이다.
먼저 네발 로봇. 미 육군 주도로 100m를 10초에 주파하고 험지에서 짐을 싣고 운반할 수 있는 로봇인 치타(Cheetah)와 빅도그(Big Dog)가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로봇들은 정밀한 제어기술을 바탕으로 민간의 생산·건설 현장 자동화, 오지의 자원 발굴용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다음은 레이저빔 충전 무인기이다. 미국의 방위산업업체인 록히드마틴은 600m 이상 고도에서 비행하는 무인항공기에 레이저빔으로 동력을 충전하는데 성공했다. 좀 더 개발을 진행한다면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나 달리는 전기 자동차의 충전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무인 잠수정. 미 해군은 급유나 기타 점검 없이도 6개월 동안 수중에서 작업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을 개발했다. 수중 동력원, 음향과 자기장 센서, 자동 운항 알고리듬 기술의 총아이다. 민간에서는 수심 500미터가 넘는 심해 유전 설비에서 사용되는 무인 장비에 적용이 가능하다.
◇스핀 오프 활용 방안 - 무엇을 할 것인가?
스핀 오프의 열쇠는 방위산업의 기술을 민간에서 활용하는 창의적인 용도이다. 이를 위해서는 레이더의 고주파 기술을 이용해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것과 같이 기술 근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자 밖에서의 사고가 필요하다.
그럼, 스핀 오프 활성화를 위해 민간 기업들은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먼저 방위산업 쪽에 어떠한 협력 대상이 있고 그들이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방과학연구소 외에도 수많은 방위산업 업체가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방위산업 업체들도 민수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니 파트너십의 기회는 많다.
다만, 협력 시에는 민간 업체와는 다른 방위산업 업체의 상이한 DNA에 주의해야 한다. 민간에서는 당연한, 신속한 시장 대응과 리스크테이킹이 방위산업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면서 시장탐지-기술개발-생산-판매 단계별 역할을 명확히 분담한다면 방위산업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스핀 오프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허니웰과 같이 방위산업과 민간사업의 양대 사업축을 가진 글로벌 기업의 탄생도 가능하다.

김종훈(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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