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32달러, 그리고 친척에게 빌린 돈 50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갑부로 등극한 사업가가 있다. 바로 미국의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로 그는 ‘리글리’라는 회사를 창립해 껌을 최초로 대중화시키며 성공한 전설적인 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리글리’는 쥬시 후루트, 스피아민트, 더블민트 등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으로 100년 넘도록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작은 비누회사로 시작했던 리글리가 연간 54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세계 1위의 껌 회사로 거듭난 비결은 무엇일까? 
윌리엄 리글리는 13세 때부터 아버지 회사의 비누 외판원으로 일했는데 비누 한 상자에 베이킹파우더 한 봉지를 끼워 팔기 시작했다. 일명 미끼상품을 얹어서 판매한 것인데 의외로 손님들이 비누보다 베이킹파우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비누 사업을 재빠르게 접고 베이킹파우더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베이킹파우더 한 봉지에 츄잉 껌 2통을 사은품으로 끼워 팔기 시작했다. 치클에 설탕과 향신료를 섞어 만든 껌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예측한 것인데 이 예측이 리글리를 일생일대의 벼락부자로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저 경품에 불과했던 츄잉 껌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에 경품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던 시기로 이렇다 할 홍보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소문만으로 공짜 상품이 주력 상품으로 탈바꿈했던 것이었다.
베우킹파우더에 끼워 판매한 껌이 인기를 얻었지만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돼야 했다. 리글리는 사소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껌을 대중화시키는데 성공한다. 마트나 소매상의 현금 등록기 바로 옆에 껌을 진열해 팔도록 한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할인점이나 소매점에 가면 체크아웃 카운터 옆에 껌을 진열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마케팅의 원조가 바로 윌리엄 리글리이다. 껌은 약간의 거스름돈만 가지고 있어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물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다가 가볍게 껌을 집어 들었던 것이다.
리글리는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기억되기도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남들이 광고를 줄이는 불황의 시기를 오히려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기회로 인식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마케팅으로 우편발송이나 카탈로그 등을 통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이른바 다이렉트 마케팅을 사상최초로 펼쳤는데 1915년 “빨리, 자주 소통하라”라는 슬로건 하에서 미국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모든 주소로 껌 4개를 무료로 보내 소비자에게 친근한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현재까지 리글리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사업 초반, 즉 189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혁신적 마케팅에 기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케팅 혁신의 이면에는 바로 창립자인 윌리엄 리글리의 집요한 관찰력이 자리 잡고 있다. 사
람들이 때로는 주력 상품보다 공짜 상품을 더 좋아하는 심리, 그리고 가게 현금 등록기나 식당 계산기 옆에 껌을 진열해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내는 점은 일상 속 소비자의 사소한 행동을 꼼꼼하게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민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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