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집어삼킨 편의점
소액 소량의 일용품 구매가 위주인 편의점 시장. 하지만 일본 세븐일레븐의 경우, 새로운 서비스와 가치를 제안해 현대인의 일상 모두를 끌어당기고 있다. 2012년 매출액 3조5000억엔, 영업이익 1900억엔으로 규모와 수익 면에서 일본 소매업계 압도적 1위 기업인 세븐일레븐재팬의 성공에 숨어있는 비밀을 세 가지 흡인력을 통해 살펴보자.
첫 번째는 고객 흡인력으로, 2013년 1월 본격 개시한 Seven Caf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Seven Cafe는 판매를 시작한지 반년 만에 누계 판매 5000만잔을 돌파하고 올해 4억5000만잔 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커피시장 진출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일본 맥도날드의 판매수가 연간 3억잔 정도임을 감안하면 세븐일레븐이 얼마나 많은 커피를 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 드립식 커피인 Seven Cafe를 탄생시킨 이유는 바로 일본 성인이 한 주에 11잔 정도의 커피를 마실 정도로 시장이 크고, 테이크아웃 비율이 40%에 달해 좌석이 없어도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븐일레븐에서 캔 커피나 플라스틱컵 커피를 구매하는 남녀 비율은 7대 3 정도인데 반해, Seven Cafe의 경우는 남녀 비율이 같다고 한다. 이것은 Seven Cafe의 여성고객 중 상당수는 지금까지 세븐일레븐에서 커피를 구입한 적이 없는 새로운 고객층임을 시사한다. Seven Cafe를 이용하는 고객의 20%가 샌드위치나 빵, 과자 같은 디저트류를 함께 구입한다는 사실 역시 향후 매출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제조사 흡인력으로, 가공식품 음료 주류 등 여러 제조업체들이 세븐일레븐에 PB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PB상품은 보통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정반대로 고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가 PB 상품군인 Seven Premium 및 Seven Gold 라인의 경우 2013년 한해에만 약 6000억엔의 매출이 예상될 정도로 반응은 매우 뜨거운데, 스즈키 세븐일레븐 회장은 ”가격은 신경 쓰지 말고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제조업자들에게 했다고 한다.
Seven Premium 라인보다 한층 더 고급화를 지향, 2010년부터 시작한 Seven Gold 라인의 참여기업을 살펴보자. 현재 닛신식품, 산토리, 일본햄, 이토엔 등 일본식품계 최상위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면면만 봐도 Seven Gold가 일본 내에서 얼마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금융사 흡인력으로, 세븐일레븐 점포를 중심으로 한 1만8000개에 달하는 ATM 네트워크가 핵심 무기이다. 세븐일레븐은 모든 점포에 ATM을 보급해 전체를 키우는 전략을 취해 기존 은행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ATM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세븐일레븐의 ATM을 이용하는 제휴 금융기관만 584곳으로 미제휴 은행은 지방은행 7곳에 불과할 정도이다. 주목할 것은 세븐일레븐 ATM의 수요자 지향성인데, 어느 은행의 카드라도 세븐일레븐 ATM에 넣으면 사용중인 은행의 ATM과 똑같은 화면으로 바뀐다.
세븐일레븐의 전략을 관통하는 것은 “어떻게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것인가?” 바로 하나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고객은 물론 제조사와 금융기관까지 세븐일레븐의 네트워크로 흡인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재팬의 경우 단순한 편의점이라기보다 고객의 일상 모두를 담아내는 고도화된 공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박준신(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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