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만의 활용체계 구축 서둘러야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오픈데이터(Open Data)’ 정책이 대두되고 있다.
6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제39차 G8 정상회담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오픈데이터 헌장’에 조인했다. 여기서는 세계 각국이 오픈데이터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해 공조하자는 대의를 담아냈다.
한국에서도 ‘정부 3.0’ 비전에서 오픈데이터를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다루고 있다. 또한 제도정비도 진행 중이어서 이미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공공데이터가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우선 ‘개방, 공유, 협력’을 강조하는 시대정신과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전 세계 정부는 공공재정 투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의 여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이다.
공공데이터는 각국에서 추진했던 행정전산화 작업으로 인해 대량으로 축적돼 있기 때문에 공급에 큰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 반면 경제효과는 상당해 EU는 오픈데이터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경우, 공공데이터 활용시장을 EU 전체 GDP의 약 0.3%(약 500억달러) 수준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의 오픈데이터 정책은 1930년대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자 한 ‘뉴딜(New Deal)’ 정책과 궤를 같이하며, 가히 스마트 시대의 뉴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은 어떤 방향으로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까? 기업의 공공데이터 활용모델은 데이터 종합형, 비즈니스 향상형, 新비즈니스 개발형의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번째 단계로 데이터 종합형은 여러 공공데이터를 종합해 직관적으로 보여줘 통찰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공공데이터 형태로 제공되는 각국의 경제지표, 시장동향, 소비자 특성 등을 모아 대시보드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사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 구글, MS 등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공헌활동과 홍보 등의 목적으로 공공데이터 종합 서비스를 외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두번째 단계인 비즈니스 개선형은 공공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수익성과 효율성 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미 기상정보나 위성정보 등은 농업, 유통, 위락산업 등의 수급예측에 필수적인 정보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양하고 새로운 공공데이터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예로 호주 축산기업과 농가들은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목초지 현황 데이터를 이용해 목초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 단계인 新비즈니스 창출형은 공공데이터 분석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공공데이터 활용 역량이 충분한 기업은 그 노하우를 솔루션화, 이를 고객에 제공하는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 또한 무료 공공데이터 정보서비스를 운영해 축적한 역량을 토대로 유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확장 사례도 늘고 있다.
물론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기존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가 매우 취약해 기업이 이러한 활용사업을 벌이기가 순탄치는 않다. 그렇다고 방관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오픈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 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경쟁기업에 동시에 주어지는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넋을 놓고 있는 사이 해외 선진기업들이 한국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및 글로벌 시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한국 기업들은 시장에서 내몰리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한국기업은 공공데이터와 내부데이터를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 내 관련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단계적으로 역량을 축적해가야 한다. 오픈데이터가 열어가는, 조용하지만 중요한 변화의 신호음에 많은 기업들이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채승병(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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