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수입 고착화 … 적자 장기화 가능성 고조

일본 경제는 대지진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지난 2012년 무역적자가 8조2000억엔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예상 규모를 넘어서는 적자에 대해, 일본정부는 ‘원전(原電) 제로 상황에서의 연료수입 확대’, ‘J-커브 효과(환율 절하 시 초기에 무역수지가 악화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개선되는 현상)’ 등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역적자는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보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일 수도 있다. 수출과 수입의 구조 변화를 각각 점검해보자.
우선 무역적자의 확대 원인은 첫째 수출 둔화다. 2012년 총 수출액은 63조9000억엔으로 2010년 67조8000억엔에서 2년 연속 감소했다. 주목할만한 구조변화는 전기기기와 일반기계의 수출 부진이다. 이들 두 품목은 최근까지 자동차와 함께 일본의 3대 주력수출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전기기기는 12조5000억엔에서 11조3000억엔으로, 일반기계는 13조8000엔에서 12조6000억엔으로 각각 1조엔씩 감소했다.
이들 품목들은 사실 2012년 말부터 시작된 엔저의 수혜가 가장 기대되는 품목들이었지만, 장기간의 엔고로 해외생산을 늘려온 일본에게는 엔저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력 제품인 ICT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도 수출 회복을 막는 구조적문제 중의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ICT 제품의 글로벌시장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절반가량 축소되고 있다. 이 자리를 경쟁국인 한국, 중국, 대만 등이 채워가고 있다. 이들 3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의 수출 비중은 이미 70%를 넘어선 상태다.  
두 번째 원인은 수입 확대다. 수입액은 2010년 62조5000억엔에서 2012년 72조1000억엔으로 약 10조엔이 증가했다. 물론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수입에서도 역시 구조 변화가 감지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화력발전이 원자력발전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유와 LNG 등의 수입이 대폭 확대됐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연료 수입은 매년 20% 정도씩 증가해 온 점을 감안하면,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추가적인 확대 분은 크지 않다. 이는 연료 외 수입을 늘리고 있는 기타 품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스마트폰, 의약품, 식료품, 의류, 일본산 역수입 자동차다. 우선, 스마트폰의 경우 2013년 6월 기준으로 전체 휴대폰 중 약 절반이 스마트폰일정도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외국산 브랜드 스마트폰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령화에 따른 생활습관병 등의 증가로 질병 예방 약품이 증가하고 있고, 캐주얼 선호에 따른 해외 중저가 브랜드 의류의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요즘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방사능 확산에 대한 우려로 최근 2년간 식료품의 수입도 6400억엔 증가했으며, 그중 곡물 수입증가가 1443억엔으로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품의 해외 생산이 늘면서 일본으로의 역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구조적인 변화 중 하나다. 자동차의 경우, 해외 고급브랜드의 수입이 늘고 있으며, 특히 해외에서 생산된 일본차의 수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수입액 상위 5개 품목의 2010년 대비 수입 증가폭은 2조8000억엔이 되었으며, 이는 LNG의 증가 폭인 2조7000엔보다 크다. 이는 연료수입보다 소비자 기호나 생활 양식의 변화가 수입구조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생산 확대,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 일본 수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수입의 구조 변화도 장기화되면서, 무역적자 구조의 고착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시장의 예측보다 일본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이 빠르게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은 일본과 무역구조가 유사하다는 점, 조선 및 정보통신기기 등의 주력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무역적자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일부 품목에서 확보한 시장점유율에 안주하지 말고, 다양한 제품에 걸쳐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현재의 흑자 구조를 더욱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겠다.

정호성(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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