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CIA 요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하면서 각국 정보기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전경.

고급정보 선점이 국익·안보 ‘키포인트’


지난 6월 전직 미 CI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했다. 이를 놓고 테러 예방 등 국가 안전을 위한 행위가 우선이냐,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냐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번 스노든 케이스는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정보기관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환기시켜 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972년 9월5일 새벽 4시,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조직 ‘검은 9월단’이 뮌헨의 올림픽 선수촌을 급습했다. ‘검은 9월단’은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이스라엘 선수 2명을 사살하고 9명을 인질로 잡았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하자 인질 9명 모두를 살해했고, 결국 서독경찰에 의해 테러범도 사살되거나 생포되고 말았다. 이후 뮌헨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11명이 차례대로 암살됐는데, 바로 이스라엘 모사드가 벌인 비밀공작으로 밝혀졌다. 
사실 정보기관하면, CIA나 KGB를 떠올리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이스라엘의 모사드를 가장 눈여겨 봐야한다. 1000여명 안팎의 비교적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모사드는 인적정보수집, 비밀공작, 대테러활동이 주요 임무이다. 특히 “기만에 의해 전쟁을 수행한다”는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때로는 거짓 정보도 생산하고 확대하면서 외부의 적을 교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임무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1973년 9월11일, 당시 칠레 육군참모총장 아우구스트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과 사회주의 정권을 축출하고 우익 정권을 수립한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아옌데는 대통령 당선 후 각종 산업의 국유화를 포함한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꾸준히 추진했고, 이 때문에 칠레 내의 우익 세력과 미국은 불만을 품게 됐다. 결국 군부세력에 의해 아옌데는 살해당했고,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는 성공했다. 그런데 이 사건 뒤에는 미국 CIA가 있었다. CIA는 1963년부터 칠레 내정에 개입하면서 사회주의자인 아옌데의 집권을 방해했고, 1973년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를 지원해 성공시켰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CIA는 국가안보국(NSA)의 최첨단 통신장비 등을 이용한 대테러, 핵개발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CIA는 이메일, 통신 감청 등 하루에 약 30억건 이상의 통신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CIA의 강점은 2만여명의 정보요원을 통한 외국정부, 기업, 개인에 관한 인적정보 수집이다. 미국 내 다양한 인종, 즉 중국, 러시아, 중동 지역출신들을 활용한 최고급 정보 수집 능력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다.
◆베일에 싸인 조직
이스라엘의 모사드, 미국의 CIA에 비해 영국의 정보기관은 베일에 싸여 있다. 국내 방첩을 담당하는 MI5(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5)는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존재 자체를 외부에 드러내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MI6는 첩보영화 007 시리즈의 소재가 됐을 뿐 아직도 그 실체가 가려져 있다. 과거 MI6는 상대국의 암호 해독 등에 독보적인 능력을 보유해서 2차 대전 당시에는 독일, 이탈리아의 암호 해독으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현재 영국은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영연방 국가들과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정보 공유 등 막강한 해외정보력을 확보하고 있다. 냉전 이후 MI6는 유령회사를 설립, 프랑스의 브레스트 해군기지에서 일하는 기술자로부터 잠수함 추적 기술을 빼내다 발각되는 등 산업정보 활동에도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 
◆고급 정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중요
21세기는 정보전쟁의 시대이다. 누가 먼저 고급 정보를 확보하느냐가 국익과 안보로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러다보니 각국 정보기관은 경제, 과학기술, 안보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치열한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보 수집 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획득된 정보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판단이 따라야 한다.

방태섭(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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