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목상권 보호, ‘갑의 횡포’방지 등 그 어느 때보다 ‘상생’이라는 화두가 뜨겁다. 유럽의 도시들은 어떨까.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150여년 전부터 이미 상생을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볼로냐는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1인당 소득이 4만유로에 달하고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5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볼로냐가 상생을 실천하고 활기찬 경제를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협동조합’에 있다. 협동조합의 활성화에 힘입어 볼로냐는 이탈리아 평균의 2배가 넘는 임금 수준과 4~5%에 불과한 실업률을 자랑한다.
사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볼로냐의 소득수준은 이탈리아 최저일 정도로 가난한 도시였다. 그런데 1854년 토리노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이 물품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한 것을 시초로 볼로냐에도 협동조합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게 된다. 현재 볼로냐가 속한 에밀리아로마냐 주에는 8000여개, 볼로냐 시에만 4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볼로냐의 지역적 특성에도 기인한다. 이 지역에는 역사적으로 특권 계층인 왕족이나 백작이 거주하지 않아 계급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했고, 따라서 시민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협동조합이 자연스럽게 태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1800년대 이탈리아의 사회주의 운동도 협동조합의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현재 시의 총생산 중 45%가 협동조합에서 창출되고, 상위 50개 기업 중 15개가 협동조합일 정도로 협동조합의 경제효과는 상당하다.
협동조합에는 일반 기업과 다른 세제 혜택이 적용되는데, 총 이윤 중 70%는 세금이 면제되고, 나머지 이윤에 대해서만 일정 비율의 세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 덕분에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볼로냐의 협동조합에는 어떠한 형태가 있을까? 볼로냐의 대형 마트는 ‘이페르콥’이라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 농산물 판매는 농민협동조합인 ‘코메타’로 운영되며, 주택의 경우 ‘콥 안살로니’라는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거래된다. 콥 안살로니 설립 이후 주민의 85%가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서 주택 보급률이 크게 개선됐다고 한다.
한편, 볼로냐는 협동조합의 형태와 유사한 중소형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재생도 도모하고 있다.
1970년대 도심 공동화가 발생하자, 재활성화를 위해 시는 소규모 예술공방형 기업들을 적극 활용했다. 볼로냐의 유럽 문화수도 지정에 즈음해 골목의 공방형 기업들을 엮어 ‘문화 창조도시’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공방형 기업들이 활발한 생산 활동을 하고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도심을 재생하고 공동 마케팅이나 금융, 박람회 전시지원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도심 활성화는 물론 ‘볼로냐 공법’으로 만들어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이곳에서 탄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볼로냐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사회적, 역사적 요인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명 대기업 없이도 우월한 소득수준과 낮은 실업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협동조합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박강아(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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