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연평균 8%의 성장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양적 완화에도 불구하고 브릭스 경제는 최근 해외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2002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5.1%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하락해 브릭스 국가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인도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요원인으로는 투자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인도경제에서 소비 부문은 정부 소비의 증가로 성장률이 유지됐으나, 고정투자 부문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둔화되다가 2012년에 0.8% 증가했다.
이는 해외직접투자(FDI)가 감소했기 때문인데, 2012년 인도의 FDI 유입액은 224억2300만달러로 전년대비 38% 감소했다. 인도경제에서 FDI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대비 6.3%포인트 하락해 4.8%가 됐다.
FDI가 감소한 이유는 첫째, 재정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해외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인도의 재정적자는 2012년 GDP의 5.6%까지 상승했다. 특히 2009년 이후 경기 부양책 및 연료 보조금 지출이 증가하면서 전체 보조금 규모가 확대됐다. 인도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국민을 위한 보조금을 삭감하는 대신 해외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중 하나는 탈세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포괄적 조세회피방지법안(GAAR)이다.
GAAR 발표 이후 주요 투자국의 FDI가 급감했다. 2012년 4분기 FDI는 44억28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7.1% 감소했다. GAAR 발표 이후 FDI가 급감하자 인도정부는 GAAR 시행을 연기하고 적용여부도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일부 투자제한 분야 개방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책 번복으로 인해 인도 투자시장은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둘째는 해외기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인도의 제약산업은 해외 제약업체들의 인수 0순위였으며, 2006년 이후 총 90개의 인도 제약사가 해외기업에 인수당했다. 해외 제약업체들이 인도 제약업체에 대한 M&A를 확대하자 인도정부는 제약산업 FDI 규제를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다.
제약산업의 FDI 규제 강화는 결국 해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2012년 제약산업의 투자금액이 전년대비 65.3% 감소한 11억2300만달러에 불과하게 됐다.
세 번째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EU의 인도 투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2년 인도의 10대 투자국의 총 FDI금액은 전체 유입액의 87.9%인 197억1100만달러이며, 2011년 대비 36.2%나 감소했다.
특히 투자 상위 10개국 중 5개 국가가 EU 국가들이다. 이 지역의 투자 감소는 인도 경제성장의 동력인 ICT 산업의 투자 감소와 연결됐다.  EU국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IT 등 후선 서비스 비용을 우선적으로 절감함에 따라 ICT 투자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인도정부는 해외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재정 건전화, 경제 개혁, 개방 확대, 투자환경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친서민 성향에 따른 정책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과 높은 부패지수는 향후 인도에서 비즈니스하는데 리스크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2016년에 시행될 GAAR을 염두하며 인도정부의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정대(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