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들의 중국 전략이 바뀌고 있다. 중국 현지의 니즈에 맞춘 전용제품을 현지에서 개발하는 한편 부품조달과 인재까지 현지화하고 있다.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선진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전용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1위인 폭스바겐의 중국 전용 모델 라비다(Lavida,  중국명 朗逸)가 좋은 사례이다. 라비다는 폭스바겐이 합작기업인 상하이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로, 중국인의 선호에 맞춰 차체 길이를 늘이고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었다.

‘퓨어 차이나’ 부품에서 인재까지 모두 현지화하라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서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콘셉트 카인  ‘윈동샹칭( 雲動雙擊) Ⅱ’를 전시했다. 이 차는 도요타가 2011년부터 가동한 중국 장쑤성의 현지 R&D센터에서 개발한 모델이다. 그동안 도요타는 기술유출의 위험 때문에 하이브리드차의 현지화에 꺼려왔는데,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시장의 니즈에 맞춘 저가형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도요타의 전략 변화에는 일본 사양의 하이브리드차로는 중국 시장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사실이 작용했다.
일반 자동차의 2배가 넘는 20만위안(약 3600만원)대의 하이브리드차 가격으로는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개발의 현지화를 통해 가격을 낮춘 하이브리드차를 2015년부터 투입해 판매저조 현상을 타개한다는 전략이다.
현지화 전략의 두 번째는 부품조달이다. 일본 부품업체 칼소닉은 중국에서 2012년부터 ‘Leading Pure China Supplier 작전’이라고 명명한 부품조달 개선활동을 시작했다. 주 내용은 부품조달의 후보가 되는 2차 및 3차 부품업체 2000사의 명단을 작성해 거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칼 소닉은 현재 80%인 중국 현지의 부품조달비율을 100%로 끌어 올리는 것이 목표이다. 중국부품의 조달비용은 일본부품대비 60% 수준인데, 칼소닉은 퓨어 차이나 전략을 통해 대폭적인 원가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재와 경영도 현지화하고 있다. 중국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현지 인재들을 모집하는 한편 이에 걸 맞는 인사 및 복지제도를 확충해 100% 중국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자동차 부품 세계 8위업체인 포레시아(Faurecia)가 2008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중국 안팅( 安亭) 공장은 중국 내 10개 공장가운데 가장 성장이 빠른 곳이다. 이 공장의 특징은 최고책임자에서부터 현장 스태프까지 약 470명의 종업원이 모두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업의 중국 공장에서는 관리직의 일부만 중국인이고 톱 매니지먼트층은 외국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레시아처럼 종업원이 모두 중국인인 경우는 흔치 않은 사례이다. 일본의 차체부품 메이커인 유니프레스(Unipres)의 중국 자회사인 유니프레스광저우. 여기에서는 임금과 복리후생제도의 중국화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중국법인은 단순한 직능급의 인사제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직종에 따라 숙련도가 높아져도 급여 수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종업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
유니프레스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일본 본사와 협의해 기술 수준에 따라 급여가 바뀌는 성과주의 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중국에 최근 불어 닥친 ‘내집 마련’ 열풍에 착안해 5% 정도의 주택대출 금리를 회사가 보전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명절에는 종업원의 가족에게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작했다. 연간 이직률이 20%에 달하는 광저우 지역에서 유니프레스의 이직률은 1%에 불과하다.
저성장 장기화로 중국 등 신흥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소득수준은 물론 기호가 다양한 거대 신흥시장을 정확히 분석해 적절한 상품을 투입하는 현지화 전략은 신흥시장의 점유율 확대는 물론 향후 10년 글로벌 경쟁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전략이 될 것이다.
외국기업의 현지 자회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현지에 뿌리 내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개발과 부품조달, 인재와 경영 등 다양한 현지화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기업의 사례를 단순 모방하기보다 한국 기업 특유의 독창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 중국 등 신흥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다.

복득규-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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