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의 가공기계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테크숍’의 등장은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테크숍 작업실.

제조업의 ‘앱 스토어’ 등장…아이디어 제품화 쉬워
도도케이스(DODOcase)는 나무를 다듬어 만든 태블릿PC 케이스로, 수려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010년 당시 28세 버클리라는 청년이 아이패드라는 태블릿PC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양장본 책표지 느낌이 나는 케이스를 만들어 보겠다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시제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보여 자금을 유치해서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이후 도도케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해서 유명해졌고 50달러가 넘는 도도케이스를 100만개 이상 판매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버클리는 직원 25명을 거느린 사업가가 됐다.
시제품만 만드는 데도 몇천만원짜리 나무 세공기계가 필요할 텐데 자본이 없던 꿈만 가진 청년이 어떻게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청년의 꿈을 현실로 실현시켜준 곳이 바로 ‘테크숍’이라는 회사이다.
테크숍은 2006년 실리콘밸리의 멘로파크에서 시작한 회사로, 아이디어는 있는데 마땅한 도구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일종의 작업실이다. 공업용 재봉틀은 물론이고 금속 사출 성형기, 컴퓨터 설계(CAD) 시스템, 심지어 최근 각광을 받는 3D 프린터도 이용할 수 있다. 회원 가입해 한달 125달러만 내면 맘껏 설비들을 이용할 수 있다.
장비별 전문가들이 이용방법을 가르쳐주고 제품 제조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기술에 대한 교육을 수강할 수도 있으며, 어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면 테크숍 전문가로부터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작업에 필요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인터넷, 그리고 회의실 등도 제공되고 필요한 재료도 거의 대부분 테크숍에서 살 수 있다. 원래 테크샵의 수익모델은 회비, 재료 판매, 강의료, 컨설팅비 등의 수입으로 운영되는데, 최근에는 제품 아이디어를 제작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으로, 캐나다 출신 벤처기업가인 미지코프스키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전거를 타다가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이 울렸는데 받을 수가 없어서 불편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마트시계 ‘페블(Pebble)’을 고안했다.
외관은 구형 전자시계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기능이 있다.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돼 있고 진동모터와 3축 센서가 내장돼 있어 전화, 문자, 이메일 등을 진동으로 알려주고 내용을 화면에 보여준다.
당시 후원자 모집에 지쳐있었던 미지코프스키는 ‘킥스타터’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다. 반신반의로 2012년 4월 제품 이미지와 설명을 올리고 후원자를 모집하게 됐는데 사이트에 게시한지 2시간 만에 목표한 10만달러를 모두 확보했다. 6일만에 페블은 킥스타터 사상 역대 최고치의 투자를 받은 아이템이 됐고 약 한달 뒤에 모금을 종료했는데 그때가지 총 약 7만명이 1000만달러를 모금했다.
페블의 신화를 만들어낸 킥스타터는 2009년 설립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사이트이다. 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디자이너, 발명가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사이트에 올려서 대중에게 공개하고 후원을 받아 이를 실현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현재까지 약 10만건의 프로젝트가 등록되었고 44%가 처음에 목표한 금액의 모금에 성공해서 5억3천만달러가 모금됐다.
킥스타터는 초기에는 전혀 수익모델이 없었지만 최근 후원금 모금에 성공한 프로젝트에 대해 모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으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앱 마켓은 개인 개발자들이 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해주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테크샵과 킥스타터는 이런 앱 마켓과 같은 역할을 제조업에서 하고 있다. 플랫폼이 스마트 혁명을 이뤄낸 것처럼 플랫폼이 제조업의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최병삼(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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