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20세기 최고의 문화예술인 20인을 선정한바 있다. 화가 피카소 , 디자이너 샤넬 , 그리고 비틀즈가 이름을 올렸다.
해체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비틀즈를 뛰어 넘는 뮤지션은 없는 듯하다.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소비했고 경외했지만, 사실 그들은 밴드였고, 하나의 팀이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경쟁력 있는 소조직이었다.
비틀즈 하면 미국 데뷔 무대였던 에드 설리번쇼에서 ‘올마이러빙’을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비틀즈가 각종 방송을 통해 대중에 각인된 모습도 부인할 수 없지만, 사실 비틀즈는 실력파 실전형 밴드였다. 비틀즈의 창조적 작품세계와 대중적 인기의 근간에는 비틀즈 개개인의 작곡, 작사, 연주, 협연 역량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1만시간 이상의 연습량을 쏟아 내었던 혹독한 함부르크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비틀즈는 당시 함부르크 클럽에서 합숙하면서 매일 8시간씩 총 4년간의 살인적 공연 스케쥴을 소화해 냈다.
비틀즈는 함부르크에서의 고된 훈련을 통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함부르크에서 축적된 작사, 작곡, 연주 역량은 작은 소재에 즉각적으로 곡을 만들어 내고, 공연장에서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최고의 밴드로 거듭나게 했다. 철저한 기본기는 ‘운’의 작용을 최소화하고, 결과의 편차를 줄여준다. 마케팅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기가 전제될 때, 그 작용이 배가되는 것이다. 기업에서 R&D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폴 메카트니, 존 레논,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은 모두 각자의 캐릭터, 뚜렷한 음악 색채, 그리고 전문성을 지닌 멤버들이었다. 그러나 천재적이지만 냉소적인 존 레논과 긍정적이고 성실한 폴메카트니는 서로 다른 음악적 색채와 캐릭터를 칭찬하고 슬기롭게 조화시키도록 도와주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록그룹 내에서 드럼을 치는 사람은 주목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한 레논과 메카트니는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드러머 링고 스타를 위한 노래를 따로 만들어 특별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드러머를 정 가운데에 배치해 모든 멤버를 주목받게 했던 밴드 형식 역시 균형감을 중시하는 비틀즈를 특징짓는 모습이다.
최근 프로젝트 단위에서 이질적인 기능 부서원들이 모였을 때 협업의 성과에 대해 비즈니스계에서 많이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빠른 기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 선보여야하는 소비재기업에서 제품 개발 시 마케팅-개발-디자인의 삼각편대의 균형감 있는 운용이 크게 중시 되고 있다.
비틀즈가 오랫동안 대중문화의 신화로 자리매김 했던 것은 분명 그들의 위대한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능케 했던 철저한 기본기, 수천번의 실전경험, 그리고 조직 내 주체간의 균형 잡힌 협업체계는 단순히 위대한 음악, 천재성이라는 전설적 이미지로 포장된 비틀즈를 한꺼플 벗겨 오늘날 우리가 비틀즈를 통해 배보고 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이 아닐까.

정태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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