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불황으로 경남의 중소 조선소가 문을 닫거나 일감부족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면서 조선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통영시 도남동 일대 상인들은 지난 14일 창원지법이 중형 조선소인 삼호조선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하면서 인근 조선소의 줄도산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남동 일대에는 삼호조선, 21세기 조선, 신아Sb 등 3개 조선소가 몰려있다.
이 조선소들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수만 해도 수천여명에 이른다.
이 지역 상인들 대부분은 조선소 직원들을 주 고객으로 영업하고 있다.
삼호조선 외에 다른 조선소들도 계속되는 수주 가뭄으로 일감이 없어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삼호조선은 1만~2만DWT급 탱크선을 주로 건조하는 회사로 조선 호황기인 2000년대에는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00대 조선소에 포함될 정도였다.
모기업인 삼호해운 부도 여파로 자금난에 봉착해 지난해 11월부터 선박 건조를 멈췄고, 직원 90명의 월급 20여억원을 체불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삼호조선에서 10년을 근무한 한 직원은 “내 집 같은 이곳에 평생을 몸 담으려했고 청춘을 다 바쳤는데 마음이 너무 착잡하다”며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게 향후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소들이 불황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상반기부터 조선소 주변 원룸촌에는 빈방이 늘었다. 보증금과 월세 가격도 낮아졌다.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도남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관계자는 “조선소 부근 식당은 거의 다 문을 닫았다”며 “식당에 불빛이 없다보니 밤이 되면 암흑천지로 변해 가로등 설치를 건의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문을 열고 있는 식당도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
도남동에서 10년째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숙미(51·여)씨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점심때는 줄을 서야 할 정도였고 저녁에는 회식 예약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아예 그런 것 자체가 없다”며 “조선소들이 다 문을 닫을거라고 하니까 상인들 모두 죽을 맛이다”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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