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홍대의 한 클럽에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바닐라브리즈의 전 직원이 모였다. 예년과 다른 특별한 송년회를 갖기 위해서다.
문화가 함께하는 송년회를 기획한 회사는 음식점이 아닌 특별한 공간을 찾았다. 많은 고심끝에 홍대 클럽을 통째로 빌렸고, 인디밴드 ‘바드’와 ‘사이’도 초청했다. 허기를 채워줄 음식은 근처에서 치킨 샐러드 같은 간단한 안주거리를 배달하기로 했다.
이 같은 송년회가 준비됐다는 소식에 클럽으로 향하는 직원들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겼고, 동료들과 준비된 맥주와 음식을 함께 하며 격의 없는 대화도 오갔다.
임선희씨는 “우리 회사는 직원 층이 30~40대로 젊은 편인데도, 송년회하면 고기와 술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 문화에 맞게 음악이 어우러진 행사가 되다보니 직원들의 부담도 덜고, 자연스런 대화가 오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직원들의 호응에 회사 대표는 2012년 매출이 오르면 유명 걸그룹을 송년회에 초대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일년을 마감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음해의 파이팅을 다짐하는 송년회. 단순히 먹고 마시는 음주송년회를 없애고 문화공연 등 이색 송년회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폭탄주 대신 음악과 낭만으로 근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친목을 도모한다는 생각에서다.
부품소재기업 ㈜신생테크는 타악 공연팀을 초청해 신명나는 송년회를 가졌다. 평범한 송년회를 벗어나자는 의미에서 타악 공연을 준비했는데, 공연팀 하나로 행사 자체가 풍성해졌다. 오후 시간만 활용하던 예년과 달리 하루 일정으로 바꾸고, 오전에는 타악공연, 오후에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OX퀴즈, 넌센스 퀴즈 등의 레크레이션이 함께 준비된 것이다. 타악 공연팀 ‘야단법석’은 객석에 있는 직원들과 직원가족들을 적극적으로 무대로 불러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 더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황명희 과장은 “이 같은 행사를 처음으로 시도하다보니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기존 송년회보다 훨씬 재밌고, 유익했다는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 이 같은 기회를 자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자부품 설계 제조업체 에이스힌지텍 직원들은 금관 5중주팀과 지난해 마지막 날을 함께했다. 매년 마지막날 종무식을 갖았던 이 회사는 문화팀을 통해 올해 행사는 웃음이 넘치는 시간이 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동일 팀장은 “종무식에는 우수사원 시상도 함께 하는데 공연팀이 흥겨운 분위기를 마련해주니 축제 분위기가 더해진 것 같다. 평소 문화공연을 즐길 기회가 적웠던 직월들에게 새로운 공연을 보여준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랑 나눔 봉사활동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중앙회 전 임직원은 7개 사업본부별로 나누어 동대문 다일밥퍼나눔운동본부, 영등포 노인종합복지관, 은평구 나눔의 동지,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관, 영등포구 장애인 사랑나눔의집, 은천동주민센터, 용인 해든솔(장애인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김민정 중앙회 문화경영팀 전문위원은 “예년에 비해 문화 송년회를 가지려는 중소기업인이 늘고 있다”며 “문화 송년회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 지난달 7일 바닐라브리즈 직원들이 홍대의 한 클럽에서 문화 공연과 함께하는 송년회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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