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do you do?” 영어로 직업이 무엇인지 묻는 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어떤 일을 하세요?’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직업을 묻는 말은 이것이 아니다. “어디 다니세요?”가 대한민국식 질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지 사실 우리 문화권에서는 관심 없다. 누군가가 구직에 성공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 보다 어디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어떤 타이틀을 가진 직장인지만이 중요할 뿐이다. 즉 누가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는지 복사를 하는지는 대한민국형 직업묻기에서는 알 방법이 없다.
캐나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8명의 직원과 작은 사무실을 가진 소극장이 나의 직장이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면서 좋았던 점은 소위 말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나 ‘더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좋았고, 내가 다니는 직장의 규모가 크든 작든, 만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하는 일들이 마음에 들었다. 캐나다 친구들이 “What do you do?” 라고 물으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뜻 깊은지, 내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 신나게 얘기하곤 했다.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목표가 있었고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얘기하면 친구들은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용기를 주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때면 어김없이 “어디서 일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에 Touchstone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 이름에 ‘작은 극장’이라는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고는 스스로 많이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인식의 차이는 언어에서부터 온다. 같은 직장,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있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굉장히 크다. 우리는 누군가가 ‘어디에 다니냐’고 직장을 물었을 때 상대가 단번에 알 수 있는 유명한 거대기업이 아니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반면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자신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된다. 이렇듯 사소한 언어표현의 차이가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까지 지배한다. 이름 있는 직장에 다녀야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사회 초년생들과 학생들에게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근소한 차이일지라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보면 어른들이 새로운 친구가 나비를 수집하는지, 무슨 놀이를 좋아하는지 묻기보다 아버지의 수입이나 얼마나 비싼 집에 사는지를 물어보는 것에 어린 왕자가 크게 실망하는 장면이 있다. 단순히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대신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그 일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묻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혜인
중앙대학교 대학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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