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움을 맞으면서, ‘인문학’이 경영 위기 해법으로 떠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4일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기술 위주 경영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페이스북이 가진 차별적 경쟁력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의 본성 충족이라며 이는 인문학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사임한 스티브잡스는 “애플의 창의적인 IT 제품은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고, 구글은 2011년 신규 채용자 6000명 가운데 5000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채우기로 했다. IBM과 인텔도 인문학자를 포함한 전담부서를 통해 ‘상호작용 및 경험(Interaction & Experience Research)’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업의 인문학 전공자들은 커뮤니케이션 매개 역할뿐 아니라 지식을 융합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한국기업이 인문학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제 경영에 접목하는 것에는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498명 SERI CEO를 대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대답은 97.8%로 나타났다. 또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가산점을 주더라도 뽑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82.7%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기업은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삼성경제연구소가 SERI CEO 244명을 설문한 결과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해 골고루 부서에 배치한다(5.7%)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해 별동대를 조직·운영한다(1.2%) ▲외부의 인문학 전문가를 자문으로 활용한다(9.6%) 등 실제 채용에 인문학적 인재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조직에 적합한 방법을 택하기보다는 임직원 대상 인문학 과정으로 소양을 함양하는 데 그치는 등 소극적”이라며 “기업 CEO가 인문학 인재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채용·사내강좌 등 조직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기술·인문학 등 두 가지 사고가 양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경영과 인문학의 접목은 단순한 지식의 접목이 아니라 관점의 접목”이라며 “CEO는 조직내 다양성 배양을 위해 인문학을 포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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