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전망치 뿐만 아니라 주요 지표에서도 기대치를 웃돌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 증가했고, 2분기에도 이런 경기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2002년 4분기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미국 등 주요 경제권의 더딘 회복, 중국·유럽의 긴축에 의한 파급 효과, 여전히 잠재돼 있는 국제 금융환경의 불안정, 위험 수준의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내·외 환경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산업활동동향 통계는 현재의 경기상황은 개선돼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앞으로의 경기는 그다지 밝지 않음을 보여준다. 향후 경기를 예고해주는 선행지수가 전년동월대비 0.6%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지난 1월 이후 5개월 연속 전월차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의 경기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민 경제에 바로 직결되는 물가수준 또한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5월 식품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2.9%)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위에 올랐으며, 물가 상승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큰 편으로 나타나 서민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근로자 실질소득 유지

한국의 가계부채는 이미 700조를 넘어섰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금융부채 비율은 140%를 넘어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높은 상태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자금에 비해 빚이 많아 상대적으로 소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게다가 앞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이자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어서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 글로벌 금융 불안이 현실화돼 신용경색이 확대되는 외부 충격이 가해진다면 가계부채 부실 위험은 갑자기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가계동향 조사는 소득·가계지출·소비지출 모두 전년 대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소득의 증가에 비해 소비의 증가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소득 증가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다른 보고서인 한국 중산층 보고서도 이와 같은 현황을 그대로 확인하고 있다. 비소비지출이 갈수록 늘어나 중산층 가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본 보고서에 의하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의 경우 소득 증가에 비해 비소비지출이 증가해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소비역량 높여야

최근 수년간 조세부담이 늘어난 데다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연료비마저 급증하고 있으며, 이자비용 세금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분기에 비해 20% 정도가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소비지출은 5.25% 밖에 증가하지 않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비소비지출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해, 이와 같은 현실이 지속될 경우 중산층의 소비 여력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세계 경제가 쉽게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실업률이 높고, 소비회복도 늦어져 경기회복 과정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 경제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EU·일본 등 주요국이 향후 수년간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는 전형적인 소규모 개방경제로,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하면 대외 환경을 무시하고 나홀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게다가 국민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민간소비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즉, 수출의 효과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민 경제 진작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숫자만의 경제성장이 아니라 고용률을 제고하고, 근로자의 실질소득을 유지시켜 국민의 소비 역량을 높이는 일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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