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이 열반하면서 순천시 송광사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송광사(송광면 신평리)는 전통 승맥을 계승하고 있는 승보(僧寶)사찰.
합천 해인사(法寶), 양산 통도사(佛寶)와 더불어 삼보(三寶)사찰로 불린다. 조계산(884m) 품안에는 송광사 말고도 선암사와 법정스님이 거하던 불일암 등이 낯이 익다. 그 외에도 천자암(天子庵), 광원암, 감로암, 부도암, 오도암, 인월암 등이 있다. 그중 송광사 들렀다가 천자암을 가보자.
조계산의 봄은 왠지 우아하다. 선암사의 고매(古梅)가 피어나는 시기라서 그럴까? 거기에 조계산은 얼레지 꽃이 피는 곳이라 사진가들이 봄철에는 바삐 찾아든다. 조계산을 제대로 즐기려면 송광사에서 시작해 굴목이재를 거쳐 선암사(6.5㎞ 남짓)까지 트레킹을 하는 것이 최상이다.
낙안읍성과 금둔사의 홍매화를 보고 송광사 가는 길목에서 천자암이라는 팻말을 만나게 된 것. ‘천자암’. 왠지 많이 낯이 익다. 의외로 절집(2km 정도)까지 닿는 시간이 길다. 게다가 처음의 포장길은 마을(상이읍) 지나면서부터는 차 한대 겨우 다닐 수 있는 가파른 시멘트길이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의 경사도가 너무 가파라 4륜구동이라도 해도 이동이 어려울 지경이다. 욕심내다가는 차가 뒤로 뒤집어질 것 같다(실제로 사고도 잦은 곳이므로 아예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바란다).
찻길이 없던 시절에는 곤돌라로 물자를 실어 날랐다는 천자암. 조계산 정상 8백고지에서 조금 아래인 5백고지 정도에 위치한다. 송광사 말사다. 가파른 언덕 위, 하늘 향해 오른 천자암. 돌계단을 따라 법왕루를 지난다. 일종의 누각형태. 천자암 경내에 들어서서는 눈이 휘둥그레 진다.
천자암 현판과 염화조실이 함께 붙어 있는 전각과 산신각 등, 조촐한 건물은 차지하고 절집 뒤뜰에 휘돌아 치는 듯한 향나무 두 그루에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나무 몸체가 요상하다. 휘~휘 휘돌아 마치 용트림한 형태다. 두 그루인데도 마치 한 몸처럼 보인다. 마치 승천을 준비하는 두 마리의 용을 보는 것 같은 착각. 두 마리의 용이 솟구쳐 오르는 듯하다. 으스스 전율이 인다. 마치 ‘신기’가 흐르는 듯하고 소원을 빌면 영험하게도 이뤄질 듯하다.
쌍향수(천연기념물 제88호)다.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곱향나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로 선정됐다. 몇 년이나 되었을까? 800년 먹었단다. 높이 12.5m, 가슴 높이의 둘레는 3.98m, 3.24m다. 향나무는 우리나라에 흔하다.
특히 중부 이남을 비롯해 울릉도가 자생지다.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향이 필요한 절집에서는 대부분 심는다. 하지만 곱향나무는 희귀하다. 원래 백두산에서 자생하던 나무. 잎이 모두 바늘처럼 뾰족한 침엽수이며 잎 길이가 아주 짧은 것이 특징.
이 곱향나무가 천자암에 살게 되었을까? 당연히 전설이 있겠지? 고려시대 보조국사(지눌, 1158~1210년)에서 연유된다. 중국 금나라 ‘장종’의 황후를 신통력으로 병을 고치게 된다. 명의란 명의들도 고치지 못하는 백약이 무효인 오랜 고질병, 등창을 고쳐 주게 된다. 천자는 그의 셋째 아들을 제자로 삼게 한다. 지눌은 제자(훗날 담당국사)와 함께 송광사로 귀국하면서 이곳에 짚고 있던 지팡이를 나란히 꽃아 두게 된다. 그 지팡이가 자라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여기서 지눌과 금나라 천자와의 인연의 이야기가 곁들여져야 한다. 장종은 조계산에서 숯굽는 영감이 환생했다는 전설이다. 지눌이 수행 중에 만난 숯굽는 영감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천자암의 쌍향수는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서 가지가 거꾸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서 예의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나타낸다고도 말한다. 이 쌍향수를 한 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밀거나 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단다. 또 나무에 손을 대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이 흐른다. 요즘은 나무의 뿌리가 상한다며 ‘나무 밀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곱향나무 기운이 온 몸으로 휘감아 들이치는 듯 한데 굳이 밀 필요까지야.

●위치:송광면 이읍리061)754-3708
●찾아가는 방법: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성분기점에서 고창~담양간 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다시 담양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에 올라 주암나들목(송광사)이나 선암사나들목(선암사) 이용. 주암 나들목에서는 27번 국도 따라 송광면~벌교쪽으로 난 27번국도 이용~이읍이라는 곳에 천자암 표지판이 있다.
●문의:고인돌공원, 송광사, 선암사, 낙안읍성, 금둔사, 순천만 벌교 등을 연계하면 된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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