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 섬. 울릉도 도동에 도착해 여행객들이 찾는 일반코스를 따라 쉬엄쉬엄 여행을 시작한다. 해안 길 따라 통구미 거북바위를 보고 학포로 간다. 겨울의 학포는 어떨까? 바닷가 옆동네라서 눈은 다 녹았다. 학포로 내려가는 길은 여전히 구불거리지만 이번 운전자는 나름 능숙하다. 인적없다. 여전히 한적하다. 딱히 변한 건 없는 듯하다.
울릉도 검찰사 이규원이 첫 발을 내디딘 흔적을 남긴 글씐 바위. 鬱陵島라는 글자와 이름 등이 쓰인 각석문(경상북도 문화재자료 412호). 선명하지 않은 글씨를 사진에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본다. 그리고 바다 끝 언덕위의 집 한 채를 바라본다. 지난해 여름 돌 담벽에 아름다운 분홍꽃을 피워낸 그곳도 지금은 겨울잠을 자는 듯하다.
바로 앞에 해신당으로 가는 계단으로 오른다. 후박나무 고목이 가지를 늘어 뜨린 곳에 산왕각(山王閣)이라는 현판이 붙은, 자그마한 사당이 있다. 잠긴 문을 열어보니 바위 앞에 ‘鬱陵島山神大王神位’, ‘海王神位” 두 신위가 모셔져 있다. 새 배 지어 나갈 때나, 출어 길 나설 때 이 곳에서 무사 항해를 빌었던 장소. 사당 뒤켠에는 누군가 갖다 놓은 듯한 의자 몇 개놓아 야외 정원을 만들어 두었다. 사당과 야외 정원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신당이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 한참동안 바다와 마음속으로 이야기 한다. 해변의 검은 조각돌에 파도가 밀려든다. 짜르르, 짜르르 조약돌 할퀴는 소리가 싱그럽다. 사람소리 들려 나왔다는 주민 한 명. 학포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다. 새로 지은 민박집 주인이란다.
그 다음 코스는 태하다. 태하에는 성하신당과 등대가 볼거리. 우선 등대쪽으로 오르는 모노레일을 탄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5분정도 숲길 산책해야 등대를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이 걸을 정도의 오솔길. 능선길이라 걷기에 적당하다. 눈길 사이로 피어난 동백꽃. 봄의 전령인 동백꽃의 붉디 붉은 꽃 색이 싱그럽다. 로드데크를 따라 가면 우측 언덕에 등대가 있다. 뱃길의 항로가 되던 등대는 지금도 그 역할을 할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새로 만들어진 전망대 바다 끝 조형물 때문이다.
일몰전망대와 바다의 기암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벼랑 끝 을 나무로 보호망을 친 전망대에서 섬의 왼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마치 거북이 모양처럼 튀어 나온 곳. 대풍령 해안절벽이다.
향나무(천연기념물 제49호) 자생지답게 멀리서도 눈에 띈다. 우측 시선도 시원하다. 멀리 가파른 벼랑길과 멀리 현포의 송곳산, 추산까지 해안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용암이 끓은 후 식은 곳과 물속 조약돌이 그대로 보이는 웅포 해안. 바다 물빛은 옥빛. 울릉도의 특색은 바로 이 생그러운 바다색깔이라도 해도 과언 아니다. 때로는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사람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오는 길목, 노인 부부가 살고 있다는 집을 찾아 보지만 또 출타 중이다. 다행이 인기척이 있다. 친척이 집을 지키면서 고로쇠를 채취하는 중. 모노레일 타던 곳부터 걷기로 한다. 모노레일 옆으로 난 길이 있다. 능선 길을 5분정도 가벼이 걸으니 앞은 훤히 트이기 시작한다. 거침없이 태하 마을이 조망된다. 태하마을 뒷동산인 게다. 좀 더 내려오니 멋진 기암과 태하마을은 물론 나래분지, 성인봉을 잇는 안마을까지 파노라마처럼 드러난다. 마을 앞, 바닷가 선착장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바다 우측으로 붉은 황토구미가 펼쳐진다.
조선시대 울릉도 순찰의 증거품으로 향나무와 황토구미의 황토를 가져가야 했단다. 어쨌든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앞이 탁 트인 공간은 기분을 좋게 한다. 그저 생각없이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왔다면 이 비경을 놓치고 말았을 것. 험하지 않고 길지 않은 ‘쉬운 길’이라 어린아이 동반한 가족여행객들이 산책 삼아 내려오면 아주 좋을 곳이다. 편도표 구입해 걸어서 내려오면 금상첨화다. 조금만 눈을 비껴보면 좋은 곳은 많다.
마을 신당 옆, 가게에서 오징어 두 축을 구입한다. 뭍에 나오면 짜지 않은 울릉도 오징어를 금세 그리워할테니 말이다. 울릉도내에서도 태하산은 최상품으로 인정받는다. 가격은 싸지 않다. 이내 현포령 고갯길을 넘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전망대에 차가 멈춘다. 송곳산과 북면의 해안 절경을 함께 조망한다. 여전히 멋지구나.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이 감동으로 밀려든다.

●태하 모노레일:4월~10월(오전 6시~오후 7시까지), 11월~익년 3월(오전 8시~오후 6시까지)/어른:왕복(4,000원), 편도(2000원)/문의:054-791-7914.
●별미집과 숙박:현포 버스 종점 근처에 가보자 횟집(054-791-4150)이 있다. 남편은 어부로 고기를 잡고 전라도 장흥이 고향인 부인이 손맛 좋은 찬을 차려 낸다. 수족관에 잡은 물고기가 떨어지면 회는 먹을 수 없다. 대신 된장찌개 등 요기는 가능하다. 숙박은 추산일가(054-791-7788)가 전망이 빼어난데 겨울에는 윗풍이 심하다.
●주변 볼거리:예림원, 성불사가 있다. 또 해안길은 공암, 딴바위, 삼선암, 관음도, 섬목을 잇는다. 섬목에서 내수전 잇는 트레킹 코스도 좋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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