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폭설에 경제지표 ‘꽁꽁’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가 13개월 만에 하락하고, 전월 대비 서비스업 생산, 소매판매액지수, 설비투자가 악화되는 등 경기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월 소매판매액은 경상금액 기준으로 전월보다 8.6% 감소했으며 이는 2007년 1월 -9.6%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백화점 -9.3%, 편의점 4.6%, 전문상품 소매점 -11.9% 등 최근 살아나던 업태들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관련지표 악화를 모두 날씨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한파와 폭설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소비와 서비스업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1월 경상수지도 4억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 `밀어내기 수출에 따른 부담도 있었지만 한파로 인해 난방과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폭설 때문에 수출화물 운송의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월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하면서 9개월 만에 3%대로 뛰었다. 이상한파에 따라 석유류 가격 상승이 공업제품 가격을 5.4% 올리고 채소류 가격 급등에 따라 신선식품지수가 5.2% 상승했다. 석유와 농축수산물이 물가에 미친 영향력은 전체 상승분의 37.7%에 달한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하반기에 물가상승 압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지속적인 경기회복으로 산출물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작년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산출물갭률은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잠재 GDP의 차이를 잠재 GDP로 나눈 값으로 갭이 마이너스인 경우, 경기침체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플러스인 경우에는 경기과열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생긴다.
연구소는 또 시중유동성이 작년 2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통화유통속도 증가율도 2008년 4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의 요인으로 꼽았다.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4분기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6%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2%의 기준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물가상승률이 3%대에 이른다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물가 인상압력이 생각하는 것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물가상승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은 맞지만 환율이 어느 정도 물가상승 압력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겠지만 한은의 물가목표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기정점 논쟁 불붙어=13개월 만에 하락한 경기선행지수에 대해 경기가 정점에 도달한 것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K증권 송재혁 연구원은 “과거 경기가 완만한 조정을 받았던 2004년과 2006년 사례에 비춰보면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반전한 올해 1분기가 경기 고점으로 판단된다”며 “2~3분기까지 숨을 고르다가 4분기에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경기동행지수가 한참 동안 횡보한 데다 선행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은 경기 하강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급격히 하강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은 관계자는 “선행지수가 2~3개월 연속 하락한다면 모를까, 1개월 하락한 것을 두고 경기 하강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실장도 “선행지수 하락 전환을 두고 1분기를 경기 고점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여기에는 소비자심리지수 같은 일시적 요인이 작용한 탓이 컸다”며 “경기가 잠시 둔화할 수는 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는 전기 대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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