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갔다가 금오도(남면) 가는 배에 오른다. 목적은 없다. 그저 여수의 안 가본 섬이 궁금 할 뿐이다. 여수를 기점으로 북쪽에 돌산도, 북서쪽에 개도, 남쪽에 소리도, 남서쪽에 금오도다. 섬 지형이 자라를 닮았다 하여 ‘큰 자라’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금오도는 여수 연근해에서 가장 크다. 옛날에 사슴들이 많아 명성황후가 사슴목장으로 지정하고 일체 민간인 출입을 금했다. 1885년, 당시 관의 포수였던 박씨가 아들 삼형제를 데리고 두포에 정착하면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다.
암석해안이며 반농반어다. 쌀을 비롯하여 섬에서 자급자족 할 만큼 농사를 짓는다. 연안에서는 멸치, 삼치, 장어 등을 잡고 미역, 김 등을 양식한다. 유자가 많고 방풍 등, 몸에 좋은 약초를 많이 심어 농가수익에 보탬을 얻고 있다. 나름 풍요로운 섬이다.
1903년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은 이후부터 호환을 막고 주민들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제를 지낸다.
여수 돌산 남서쪽 끝자락인 신기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금오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면서 면소재인 우학리에 도착한다. 주로 낚시꾼, 대부산(382m) 산행객 들이다. 제법 풍치가 멋져 산악인들이 많은데 우학리에서 검바위-옥녀봉(261m)-느진목-대유마을(5.2km) 코스가 인기다.
섬에서 만난 경찰서장은 ‘혈의 누’ ‘인어공주’ 등을 촬영했고 풍치가 좋은 곳이라며 직포(보대, 두모리)해변에 내려 준다.
멀리 낚시꾼들의 차량 두어대만 있을 뿐 인기척조차 없는, 참으로 한적한 해변이다. 파도소리조차 느껴지지 않은 잔잔한 곳. 지그시 눈을 감고 바다 향내를 맡는다. 딱히 할 일이 없다. 모래사장에 만들어 놓은 강아지 발자욱도 보고 어촌 민가를 기웃거린다. 지붕에 무게를 주기 위해 배에 쓰이는 밧줄을 얹어 놓은 모습이 생경하다, 사람이 그리운지 친한 척 애쓰는, 늙어가는 강아지. 그것뿐이다. 지독하게 한적해서, 그래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섬. 1박2일도 길다 싶다.
멋진 해송림으로 다가 간다. 옥녀봉에서 선녀들이 달밤에 베를 짜다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바닷가로 내려왔다가 날 새는 줄 모르고 목욕하다 승천하지 못하고 소나무로 변하였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소나무 인지를 가늠케 하는 전설이다. 소나무 위에 걸린 바구니에 문어가 말려지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뺏기지 않으려는 바닷가 사람들의 지혜에 미소 짓는다.
소나무 밑에 앉아 멀리 시선을 꽂는다. 바다 끝에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 특이하다. 눈썹 달린 공룡, 혹은 새 부리 같기도 하다. 그저 불쑥 튀어 나온 ‘만’처럼 보인다. 그곳이 박포수가 정착한 두포마을이다. 그리고 영화 ‘혈의 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산자락에 점처럼 보이는 작은 민가가 있다. 재밌게 봤던 영화라 그곳이 궁금하긴 하지만, 걸어 가기엔 너무 멀다.
함구미까지 잇는 해안 길을 따라 간다. 수항도와 형제도가 보이는 언덕 길에서도 잠시 서 본다. 바다 위로 아스라이 배가 지나간다. 저 배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배를 기다리면서 우학리에서 이 지역의 별주 막걸리를 마신다. 공기좋고, 물 맑은 금오도를 닮은 맛이다. 욕심 없어서 속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섬 여행이 행복하다.

■여객선:중앙동 물량장에서 한려페리호가 3회(06:20, 10:20, 14:00) 왕복 운항. 1시간 10분 소요. 우학리 출발시간(08:10, 11:55, 16:10)/승용차를 배에 싣고 갈 수도 있다/문의:화신해운(061-665-0011, www.hshaeun.com)/금오도 택시:061~666~2651~2, 1만원/여행문의:061-664-9133.
■맛집과 숙박:우학리의 여남식당(061-665-9546)은 마치 잔치집에 온 듯한 정성어린 상차림이다. 특히 매실 장아찌는 사갖고 오고 싶을 정도다. 우학리, 직포, 두포에 민박집이 있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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