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09년, 그리고 웰컴 2010년이여.
연초에는 늘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고 싶어진다.
유명 일출명소를 찾거나 그저 발길 닿는 곳에서 행운의 일출을 맞이하면 더욱 좋으리.
일출을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강릉의 금진항 언덕 위에 선다. 오메가 일출이 떠오른다.
높은 구름층 탓에 포기했던 해맞이. 호랑이해, 독자들도 이렇듯 예상 밖의 희망이 솟구치길 기원해 본다.

금진항을 선택한 것은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한갓진 해안을 생각했을 뿐이다. 정동진을 지나 몇 개의 고갯길을 넘어서면 심곡항을 만난다. 심심산골 길에서 예상없이 만나는 바다. 바다를 끼고 휘어진 길, 코너 옆에 으레 자리한 횟집 몇 개. 맑은 바닷물 색에 반하고 날개 짓 하는 갈매기 떼가 생동감을 일으킨다. 바다 한켠으로 으레 펼쳐지는 기암도 볼거리다. 이 포구의 원래 이름은 ‘집필’. 집필은 ‘깊다’ 라는 이 마을 사투리다. 그만큼 깊은 곳이었다. 지금은 깊은 계곡이라는 뜻의 ‘심곡’으로 불린다.
아는 사람들만 발걸음을 하던 곳.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것은 ‘헌화로’가 생기고 나서다. 일부러 만들어 놓은 해안 길이다.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튕겨져 오를 정도로 바다와 가까운 도로. 차 안에서도 바다색깔을 확인할 정도다. ‘헌화로’라는 이름이 왠지 귀에 익숙하다. 강릉시에서 공모전을 통하여 선정된 이름으로 신라 향가 “헌화가”의 배경과 지형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증명된 길은 아니다.
신라시대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는 도중에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옆에는 돌로 된 산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서 있는데, 꼭대기에는 철쭉꽃이 만발해 있었다. 순정공의 수로부인은 꽃을 따달라고 했는데, 웬 늙은 노인이 새끼 밴 암소를 몰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노래를 불러 주었다.
붉은 바위가에서/손에 잡은 어미소/놓으시고/나를 부끄러워 아니 하시면/꽃을 꺾어 드리오리다라고 하였다. 헌화로 주변의 모습이 자료속의 층층단애의 철쭉꽃 벼랑 지대의 풍경과 흡사하다.
다시 길을 가다 바닷가에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 용이 나타나 부인을 물고 들어가 버렸다. 또다시 한 노인이 나타나,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 내놓아라/남의 아내 훔쳐간 그 죄 얼마나 크랴/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겠다라고 하였다. 바다가 인접해 있으니 향가의 장소에 걸맞는 듯하다. 어쨌든 수로부인은 깊은 산이나 큰 물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귀신이나 영물들에게 붙들려 갔다는 향가가 전해오는데 그녀의 미모는 대단했던 듯하다.
헌화로는 금진항까지 이어지는데 3km가 채 안 된다. 길지 않은 해안 길이다. 굳이 볼거리를 찾는다면 아들 낳기 기원하는 합궁골이 있다. 아침 햇살이 비추면 남녀근석이 합궁하는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바위다. 그 순간에 기가 가장 강해진다고 하니 새해 일출을 합궁골 쪽에서 맞이하면서 기를 탱탱하게 충전시켜도 좋을 듯하다.
금진항 주변에 유명한 곳이 금진온천이다. 여느 온천과 차별화가 되는 점은 국내 최초로 미국, 캐나다, 홍콩 등지에 온천수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온천수에 어떤 성분이 있을까?. 온천수는 1,100m 고생대 암반층에서 뽑아낸 것이란다. 바닷물이 육지로 넘쳐 들었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암반에 고여 있게 된다. 그렇게 긴 세월이 지나면 칼슘, 마그네슘, 항암효과에 좋은 셀레늄(Se) 등 온갖 미네랄이 생성된단다. 특히 혈당 강화작용이 있는 바나듐(V)은 희귀 미네랄. 어쨌든 대단한 물인가보다.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으니 수출이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판매하는 물 이외에도 시음도 가능하다. 시음용도 짠맛이 있지만 원액은 희석해서 음용해야 하는데, 이온화된 짠맛이라서 갈증은 안 느낀단다.
시설은 어떠할까? 자그마한 2층 건물인데 주변 터가 넓어 더 작아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평범한 목욕탕 수준이다. 욕탕은 황토 빛이다. 염분성분이 있어 몸이 따가울 정도다. 그래도 유리로 되어 있어 창밖을 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물 보호를 위해 시설 확장할 생각은 없단다. 입욕료(1만5천원정도)도 예사롭지 않게 비싸다.
건강에는 아주 좋은 온천수라고 하니 한번쯤 온천욕을 해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이런 차가운 계절에 적격하다. 그리고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기본. 금진항과 옥계로 이어지는 해안 길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 시원하다. 일출을 보고 싶다면 흔들 그네를 포인트 삼으면 된다.

여행정보
●금진항 유람선:033-534-0990/금진온천:033-534-7397, www.kurehouse. com/맛집과 숙박:정동진이나 금진항 주변 이용. 단체 이용객이라면 한국여성수련원(033-530-4300, www.kwcenter.or.kr)이 좋다. 시설이 좋다.
●주변 볼거리: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등명락 가사가 있다. 절집의 탄산약수는 황산염 성분이 있어서 부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전한다. 오층석탑, 청자로 구운 오백 나한상도 볼거리다. 그 외 1996년 북한 잠수정 침투지역에 조성한 통일공원, 미술가가 조성한 하슬라아트 월드를 연계하면 된다. 참고로 안인 해안로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이 멋지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