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가 내린다. 뜬금없이 내린 비처럼 목적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분명 영상테마파크라는 팻말을 봤음에도 길은 엉뚱생뚱하다. 비가 내리는 겨울날, 잠시 길을 잃어 버렸다. 그렇게 헤매다 보니 영산강을 따라 가고 있다. 그러다 홍어거리라는 팻말을 만나게 된다.
홍어거리의 첫 방문은 신기했다. 매캐한 홍어냄새가 빗속으로 코끝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금성수산의 건물은 이제 번듯해졌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초로의 할머니가 홍어 썰기에 여념 없다. 약간 피로한 기색을 하고 있는 여주인의 얼굴을 만난다. 그새 세월이 흐른 것이다. 냄새 역한 홍어 맛에 익숙해지까지는 아직도 멀었다.
당시 홍어 사서 싣고 다니다가 그 고리탑탑한 냄새에 질식할 뻔했다. 그저 몇마디 말을 나누고 주룩주룩 비를 가르며 홍어 거리를 걷는다. 홍어거리가 형성된 것은 수로가 발달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영산강. 노래가사가 있을까? 있겠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산강은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일까? 궁금하다. 발원지는 전남 담양군이다. 나주에서 영산포까지는 48㎞거리다. 그러면 나주 주변을 휘돌고 있는 영산강의 길이는 얼만큼일까? 삼한지 테마파크(061-335-7008,www. joo mong.co.kr,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를 찾아가면서 생각해본다. 이제는 배가 없으니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 드라마 “주몽”의 세트장으로 시작되었다.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성문이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곳곳에 설명이 쓰여 있다. 참여 연예인들의 사진과 핸드 프린팅이 길게 이어진다. 규모는 4만2천여평 정도. 제작비 80억원을 지원해 드라마 촬영이 끝난 뒤 관광 테마파크로 활용하고 있는 것. 나름 볼만하다. 드라마 이후 계속 활용하려고 날림으로 지은 세트장이 아니다.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백두산 가는 길목에 봤던 오녀 산성 등, 고구려 역사가 낯설지 않다.
해자성문(성문 앞에 물이 흐르고 성문을 내려 다리 기능을 하도록 해 성으로 들어가는 구조)을 지나면 왼쪽에 초가집이 있고 우측에는 왕이나 귀족들이 살았던 궁궐이다. 졸본부여성으로 이용되었다는 궁궐안도 둘러보고 더 위쪽으로 올라본다. 초가 거리가 이어진다. 닭도 있고 말도 있다. 관광객 없는 그날, 도자기와 천연염색, 현대 공예체험 등 체험장 운영자들은 할 일없이 쉬고 있다. 주막거리도 텅 비어 있다. 산성 위로 올라보니 멀리 영산강과 나주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영산강이 유유히 흐르는 그곳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세트장을 빠져 나와 이어 공산면 신곡리 영산나루마을로 가본다. 젓갈에 대한 팻말(금강토굴젓갈:061-335-5582)을 봤기 때문이다. 예전 영산강과 연결된 토굴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다. 금을 채광하던 폐광에 젓갈을 숙성하는 개인 영업체다. 흐릿한 날이어서인지 젓갈의 곰삭은 냄새가 난다. 영상 홍보가 아니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아주머니에게 명함을 건넨다. 영산포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젓갈 공장. 광천의 토굴이 이미 있는데 무어 그리 이유거리가 있어서, 그런 규정을 정해놓았는지, 별로 할말이 없다.
길을 떠나면서 영산강 황포돛배 타는 곳도 가본다. ‘2008 광주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만들어진 다야뜰 황포돛배. 찾는 사람은 없고 지킴이만 있다. 길이 12.5m,폭 2.5m, 돛대 높이 6m크기의 10인승 황포돛배. 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 전통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는데 퉁명스럽기 이를데 없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나주 여행길, 정적인 그곳의 방문이 첫 번째 감흥을 깨고 있다. 어쨌든 이 황포돛배는 다야뜰의 전통 나루터에 있는데 중촌포구까지 3km 구간만 운항하고 있다. 하구언까지 48km구간을 오갈 계획이다.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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