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즈공화국에 근무한다는 것은 외교관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낯이 설지 않은 곳에 근무한다는 점에서 우선 푸근한 마음이다. 또 텐샨(天山) 산맥의 만년설에 덮인 봉우리들이 눈앞에 차려놓은 밥상처럼 눈에 들어오고 자연 풍광이 빼어나다는 것도 이곳 해외 근무에 큰 위안이다.
‘키르기즈스탄’으로 흔히 불리는 ‘키르기즈공화국’은 거의 남북한을 합한 크기이지만 중앙아시아의 여타국가보다 땅덩어리도 작고 인구도 5백만 정도로 적어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쉽게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나라이고 국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기를 방문해 길거리나 시장에서 입 뻥긋하지 않는다면 영락없이 키르기즈인으로 여기고 현지인들이 키르기즈 말로 말을 걸어오기 십상이다. 또 우리들처럼 키르기즈 갓난아이들도 몽골반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키르기즈스탄과 한국은 먼 옛날 형제국가가 아니었나 생각할 만도 하다. 언어도 비슷한 면이 있다. 서로 어순이 같고 토씨를 붙이는 것이 비슷하다. 키르기즈 말은 알타이어로서 우리 한국어와 같은 언어권에 속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키르기즈 말을 배우기 수월하고, 키르기즈인들도 한국어를 배우는데 큰 이점이 있다. 키르기즈인들이 한국에 공부하거나 일하러 와서 곧잘 한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본다. 이는 키르기즈 근로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우리나라로서 좋은 점이라고 본다.
한·키르기즈 정부간 노동협력이 2년 전 시작됐고 이를 위해 산업인력공단 요원이 키르기즈스탄에 나와 있다. 그는 보다 효율적인 노동협력을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사람들을 여러 모양으로 만났다. 그들의 삶 속에 참여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이글을 통해 함께 나눠 보고자 한다.
키르기즈 직업훈련학교는 총 110곳에 13개 분야에서 교육이 이뤄지며 매년 2만 4천여 명이 학교를 마친 후 산-학 협력을 통해 취업까지 연결하는 좋은 직업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키르기즈 학생들은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고, 창의적이며, 목표를 정하면 집중하는 좋은 습관이 있다는 것이 훈련담당 교사의 말이다.
키르기즈인의 창의성, 효율성, 협동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단적인 예로 키르기즈 전통 가옥인 유르타(Yurta)를 들어 비유로 설명했다.
유르타는 유목생활로부터 유래됐으며 금속 연결고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또한 쉽게 이동이 가능토록 접이식과 조립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가족 구성원 간에 서로 협력해야만 집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키르기즈인들이 일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한다. 그러기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가에서 키르기즈인 채용을 선호한다고 한다. 우리로서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게다가 우리와 말이 비슷하다고 하니 조금 노력하면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을 터이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키르기즈 수도 비쉬켁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체의 직원들 말에 따르면 키르기즈인들은 아직 순박하고 지시하는 사항에 대해 잘 따라 일한다고 한다. 물론, 후진국에서 온 사람에게 우리와 같은 능률과 효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작업지시를 할 때 정확하게 해주고 또 관리감독을 해야만 일이 되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국 사용주들이 키르기즈인들을 채용해서는 이들의 특성을 감안한 작업지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귀띔도 잊지 않는다.
우리 기업인들이 이런 키르기즈인들의 특징을 잘 알고 이들을 보다 많이 데려가 일도 시키고 이들도 열심히 일하고 경험을 쌓아 키르기즈로 돌아와 이 나라 경제발전에 일조를 해주면 양국 다 이로울 것이다. 우리나라와 키르기즈 정부 차원에서의 노동협력은 우리의 대외원조노력의 일환으로도 넓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키르기즈 정부간 노동협력에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잘 부응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를 형제국민처럼 느끼는 키르기즈인들을 데려다가 잘 써주고 잘 대해 줬으면 한다. 키르기즈공화국과 대한민국간의 우호 협력관계에 차지하는 우리 기업인들의 선택의 몫이 크기 때문에 그런 기대를 해본다.

김병호
駐 키르기즈공화국 대한민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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