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져 이제 완연한 봄을 느끼게 하는데 희뿌연 황사현상이 시야를 가른다. 남녘에서는 매화꽃 산수유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지만 상춘객의 몸살이 귀찮게 느껴지는 나른한 봄 하루다. 한번도 안 가본 사람이라면 섬진강변의 매화꽃이나 구례의 산수유꽃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테지만 봄 햇살에 지친 몸은 인파를 거부한다. 조용하게 내 시간을 갖고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은 곳이 도고온천단지다.

최근 기존 천안역까지만 운행하던 수도권 광역전철이 봉명-쌍용-아산-배방-온양온천-신창역에 이르는 총 21.65㎞ 구간을 연장 개통하자 수도권의 실버층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할 일 없이 시간 때우기도 지친 노인층들은 무료 지하철표를 끊어 온양온천으로 달려가 하루를 유용하게 보내고 오는 테마가 요새 급부상하고 있는 것.
온양온천역사 주변이 번거롭다면 신창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도고온천쪽으로 나서보는 것이다. 다소 번거롭지만 훨씬 한적해서 휴식을 취하기에 그만이다.
도고온천의 역사는 깊다. 신라시대 약수로 유명했던 곳이며 동양 4대 유황온천 중 하나로, 200여년 전 처음 개발된 유서 깊은 곳. 본격적인 개발은 1977년. 약 13만평중 4만평 정도의 레저타운이 들어서면서 콘도, 골프장, 테니스장, 수영장, 승마장 등을 갖춘 휴양지로 떠올랐다.
한 때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별장온천이 있었을 정도로 수질과 명성을 자랑했다. 실제로 어느 한 모텔은 박대통령이 머물고 갔다는 입간판을 걸어놓고 사람들을 유치하고 있다.
필자도 어느 해 박근혜 의원이 어릴적 머물렀다는 모텔에서 잠을 청한 적이 있다. 물론 당시는 최상급의 시설이었겠지만 지금은 평범한 모텔에도 못미치는 수준이 돼 버렸지만 말이다.
그렇다. 이곳은 어느 때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인기가 급하락에 이르렀고 사람들 발길이 뜸해져 버린 것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물론 인근에 온양온천, 덕산온천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도고의 활황은 사라진지 오래됨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여전히 그곳에 자리잡고 있는 호텔, 스파등 건물들이 밀집돼 있지만,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아 한적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더욱 좋은 곳이다. 물 좋지만 사람 많지 않으니 나 만의 시간을 갖기에 이곳만큼도 드물다.
지난 여름 이 단지에 대형 온천 워터파크인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41-537-6900, www.paradisespa. co.kr, 도고면 가곡리)’가 문을 열었다.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야외 온천풀과 유수풀, 키즈풀 등 다양한 놀이시설과 휴양시설을 갖췄다.
특히 계절별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이벤트 탕이 마련되어 있다. 시설은 이 정도면 충분한데, 그런데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곳은 한적하다. 조형물이 많지 않아서 인지 휑하니 넓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시원하다. 평일 이곳을 찾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한적하게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 몇 쌍이 눈에 띄고 그들의 애정행각은 과감하기만 하다. 민망스러운 포즈에 눈둘 곳 모르게 하는 곳. 조용하게 하룻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찾아든 젊은 여인들의 애정행각을 보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은 것은 그들의 풋풋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스파에 빠져 무념무상의 시간을 갖고 싶은 생각 간절한 날. 햇살 좋은 유리창 옆 의자에 앉아 실컷 책을 보고 야외자리에서 수영을 즐기고 싶다. 그저 시간에 쫓겨 사우나로 족했지만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 비슷한 유황냄새가 철철 풍겨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오래된 삼나무로 만들었다는 일본식 히노끼탕과 향긋한 아로마 향물에 몸을 맡기고 나니 하루가 개운하다.
인근 덕산온천의 최신식 시설을 즐기면서도 오히려 이 도고를 더 그리워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스파 이용료는 평일에 2만5천원, 휴일에 3만원이며 패키지 상품으로는 스파+얼굴마사지(30분)-식사-음료 주중에 3만3천원, 주말에 3만9천원으로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신창역에서는 버스로 10분 거리다.
아주 잠시 짬을 내어 인근 5분 거리에 있는 세계 꽃 식물원(041-544-0746~8, www.asangarden. com, 도고면 봉농리)을 찾는다. 빛바랜 유리온실이 길게 이어진다. 한때 우리나라 화훼 육묘 농장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대규모 유리온실을 지었다.
어느 해부터 유명무실화 되어 버리다가 다시 꽃식물원이라는 타이틀로 개장하기에 이른 것. 이곳도 원래는 절화, 즉 화훼농원이었던 것.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화훼업이 어려워 결국 부도가 났고 그곳에 2004년 3월 식물원을 개장했는데,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이다.
총 규모만 해도 6천여 평 규모. 구획별로 정리가 어수선한 부분이 있어서 아름답다 할 정도의 감탄사가 쏟아지진 않지만 어찌됐든 온실마다 꽃향이 가득하다.
요즘 같은 봄철에는 동백꽃 단지에 꽃이 만발했는데,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변이종이 많다는 것. 꽃잎이 장미꽃을 닮은 것은 물론이고 한 나무에서 전혀 다른 색깔의 꽃이 생겨나는 것등도 있다.
요즘 온실에 가면 덩굴로 된 ‘브라질아브틸론’의 꽃을 많이 보게 되는데 바로 식용꽃이라는 것이다. 보기에는 전혀 먹을 수 없는 주머니 모양을 한 꽃은 꿀이 들어있어서 달짝지근하다. 온실이기 때문에 자연생태로 꽃을 보여줄 수 없다.
그래서 늘 꽃이 피었다 지면 새로운 꽃을 길러서 화분으로 치장을 하게 되는 것. 자연생태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자연상태가 아니어서 오히려 일반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 손끝으로 만들어진 식물원에 풍겨내는 꽃향에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입장료는 6,000원이고 단체 30명 이상이면 설명을 받을 수 있다. 그냥 보기보단 설명을 들어야 식물원을 보는 재미가 배가 된다.

여행정보
● 별미집과 숙박:도고온천내에 음식이 나름 괜찮고 식당도 깔끔하다. 신정호수 변에 자리한 연춘(041-545-2866)은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향토식당. 그 외에는 염치읍 염성리에 있는 한우촌은 대표적인 고기마을이다. 조금 멀지만 삽교호 주변에 들러 조개구이나 횟감을 즐겨도 좋고 문방리에 가서 장어요리를 먹어도 좋다.
● 찾아가는 방법: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아산방조제-당진, 삽교호방향 -도고온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도고온천, 예산방향-도고온천역-세계 꽃 식물원. 혹은 경부고속도로-천안IC-아산방면으로 난 21번국도-도고온천-세계꽃식물원. KTX나 지하철을 이용해도 된다. 온양온천역, 혹은 신창역 하차해서 40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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