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이제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술이다.
일명 ‘Rice wine’이라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달고 있지만 막걸리는 가난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던 정겨운 술이다.
한국 경제 침체는 소시민들의 피부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오고 있다.
열심히 살았건만, 현실은 암울함 뿐이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날, 막걸리 한사발 앞에 두고 누군가에게 푸념섞인 이야기를 하면서 한 풀이를 하고 싶을 때 떠오르는 곳, 바로 전주의 막걸리 골목이다.
막걸리 한잔 마실 술집이 없어서 전주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봄기운이 물씬 피어오르고 있는데,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현실을 하냥 한탄할 수 없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고급스러운 여행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살던 곳과 다른, 낯선 곳에서 그곳의 향취를 느끼고, 잠시나마 이방인이 돼 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굳이 전주를 택한 것은 그곳은 아직까지 물가가 싸고 옛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통 한옥마을이 있으며 또 하나는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다는 막걸리 골목을 찾기 위함이다.
몇해전 막걸리 거리를 찾은 첫날, 하염없이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속을 가르면서, 전주 나들목에서도 한참을 비껴 들어가 있는 삼천동까지 여러번 길을 물어보고서 찾은 그날, 습한 대기는 막걸리의 고리탑탑한 냄새를 더 역하게 풍겨내고 있었다.
야심한 시각, 술취한 취객들은 빗속을 흐느적거리며 거리를 쏘다니고 있다. ‘정적’이라고 느꼈던 전주에서도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온다. 안주값 없이 한 주전자에 1만원 한다는 막걸리집에 앉아 도저히 여자 혼자 술 마실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 거나하게 취한 손님상을 힐끔거리면서 안주가 어떻게 차려지나를 살펴보면 어김없이 취객들은 시비부터 걸어온다.
그래서 술집 기행을 하려면 저녁 늦게 가봐야 하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어쩌면 해질녘 시간이었으면 전주 막걸리 골목에 대해서 좋은 생각으로 마무리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들과 같이 취해 있었을테니 말이다.
이후 또 한번 막걸리 거리를 찾는다. 숙소를 정해두고 택시를 탔고 택시 운전사가 추천해준 집을 찾았다. 막걸리집 간판과 네온사인이 양옆에 길게 이어진 거리는 30군데가 넘어서 추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전주에는 삼천동만이 막걸리 거리가 아니다. 원조는 삼천동이지만 지금은 서신동 본병원 앞, 경원동 동부시장 뒤, 효자동 전일여객 부근 평화동 뱅뱅골목에 먹자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서신동 막걸리 거리는 서신동 본병원 맞은편 농협 뒷길이다.
보편적으로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고 막걸리 한주전자 가격은 1만2천원이다. 지금은 전주시에서 관광상품화 시켜 널리 알리고 있다.
막걸리 거리가 조성된 것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다. 딱히 주변에 양조장이 발달되서 생긴 것이 아니란 말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적으로 주머니 사정 얇아진 소시민들은 싼 집을 찾기 시작했다.
단지 그 이유로 막걸리를 찾은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안주가 무료와 다름없었다는 점이다.
원래 전주는 음식값이 싸다. 큰 공단이 있는 곳이 아니어서인지 ‘이렇게 식비가 쌀 수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럼에도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전주시다.
막걸리 거리에 들어서면 의외로 야심하지 않은 시간에도 취객들을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고 할 수 있는데, 집도 여러 곳이다.
각각 안주거리가 달라서 유명집을 물어 찾아가는 것이 좋고,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키면 기본 안주뿐이어서 두서너 주전자 정도는 시켜야 제대로 된 안주거리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탁주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술병을 흔들지 않은 채로 마시기도 하고 소주도 판매한다. 왁자한 실내에 발효된 막걸리 냄새가 진동한다. 흐느적 흐느적 술이 취한 민초들은 이렇게나마 삶의 애환을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전주는 맛의 고장이다. 전날 마신 술의 피로를 풀기에는 콩나물 국밥집을 찾으면 된다. 삼백집(063-284-2227), 한국관(063-272-8611), 삼일관(063-284-8964), 왱이 콩나물국밥(063-287-6979)집이 유명하고 비빔밥은 단연코 가족회관(063-284-2884, 완산구 중앙동 3가)을 꼽을 수 있다. 점심때부터 문을 연다는 것을 참조하고 2인 이상이 돼야만 계란찜을 먹을 수 있다.
또 한군데 전주의 맛의 명물로는 순대국밥을 꼽을 수 있다. 시장통에는 으레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 있게 마련인데 남문시장의 순대국밥이 유명하다. 전주 풍남문 일대의 전주 재래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상설장인 남문시장.
야심한 시간까지 불이 밝혀진 곳은 순대국밥집이다. 국물엔 잡냄새 없고 넉넉하게 들어간 암뽕 순대와 내장이 어우러져 해장국으로 일미다. 거기에 막 무쳐낸 부추 김치를 듬뿍 국에 넣고 먹는 맛이 개운하다. 그 외에도 시내의 허름한 진미집(063-254-0460)이라는 선술집도 옛 운치가 느껴지는 그런 집이다.

● 전주의 추천 여행지:막걸리만 마시러 기름값 들여 먼 거리 갈 이유가 충분한 거리는 아니다. 시내의 곳곳에 흩어진 명물도 보고 옛 향기를 좆아 여행을 즐겨보는 일이다. 전주는 양반, 교육의 고장, 판소리, 전주 이씨의 발상지인 곳이다. 13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인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였으며 전라감영의 소재지이자 조선의 발상지. 지금도 시내에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꼽으라면 풍남문(보물 308호), 전주객사(보물 583호), 경기전(사적 339호), 조경묘(전북유형문화재 16호), 한벽루(한벽청연,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5호) 등이 있으며, 이 밖에도 조경단, 전주향교, 오목대, 충경사, 남고산성, 동고산성 등의 역사 유적이 있다. 휴식 및 문화공간으로는 덕진공원, 전주동물원, 팬아시아페이퍼 종이박물관(063-210-8103, 덕진구 팔복동), 전주수목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한옥마을(보물 제308호)은 대표적인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한옥마을에는 전문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친절히 안내를 받을 수 있으며 각종 체험도 가능하다. 판소리, 춤, 타악 등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전통문화센터, 전통 술인 막걸리, 청주의 제조과정 관람과 시음까지 할 수 있는 전통술박물관, 숙박을 하면서 온돌과 대청 마루 등 한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생활체험관(063-287-63000, www.jjhanok.com)등이 있다.
그 밖에 동학혁명기념관, 흙담집, 전통도예관, 온고을소리청, 향교, 서예관, 전통다원, 여행자들의 숙박시설인 양사재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경기전과 도로 하나를 마주하고 있는 전동성당은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 찾아가는 방법:복잡한 시내를 자가운전으로 찾아가는 것보다는 숙소를 미리 정해두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삼천동 막걸리집 거리는 전주IC나 서전주IC에서 빠져나와 순창쪽 방향 곰솔나무길을 따라가면 완산구청을 지나 삼천주공아파트 뒷편 도서관과 우체국 쪽이 전부 막걸리집촌이다.

● 숙박지:한옥마을이나 그 외 리베라 호텔(063-232-7000), 전주관광호텔(063-280-7700), 코아호텔(063-285-1100) 등을 비롯하여 모텔이 여럿 있다. 그 외 천수탕(063-255-5700, 톨게이트 부근), 오케스트라(063-244-1201)의 대형 찜질방이 있다.

-이 신 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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