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처럼 이렇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가져 본적이 없다. IMF 시절을 겪으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 모두가 노력해 극복해 왔으나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는 지경이 됐다.
중소기업의 대표들이 기업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IMF 위기 때만큼이나 힘들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고, 이제는 공장문을 닫고 너도나도 중국이나 동남아로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 악화로 쓰러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정부의 구호가 마르기도 전에 중소기업인들은 또다른 장벽을 만났다. 바로 정부의 고용허가제 도입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이 30%이상 오른다. 노동부는 임금상승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1998년 이후 생산성 증가에 비해 임금은 두 배나 올랐는데도 ‘인력부족률’은 오히려 두 배나 증가해 중소제조업이 인력난으로 총체적 퇴출위기에 몰리고 있다. 또 외국인들에게 노동 3권을 모두 허용하게 될 텐데, 이 문제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다.
전세계에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단 3개국으로 이중 독일은 이 제도를 보류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대만은 자국 근로자에 비해 외국인근로자의 임금이 낮다. 대만은 54% 수준이고, 싱가포르는 30% 수준이다. 우리나라 산업연수생제도와 비슷한 일본은 25~40%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외국인근로자가 우리 근로자의 84% 수준이다. 여기서 어떻게 더 임금을 올리라는 말인가? 중소기업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짜고 또 짜서 더 이상 생산성 창출이 힘든 마당에 고용허가제 도입은 중소기업에게는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고용허가제도가 현행 산업연수제도 보다 효과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고용허가제 실시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효과조차 분명치 않고 오히려 중소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 눈에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연수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인력부족과 임금상승의 이중고를 앓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고민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정부가 진실로 중소기업을 위한다면 알맹이는 없고 인권보호라는 명분만 내세우는 고용허가제를 철회하길 바란다. 불법체류하기 좋은 나라보단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한 상 원(하이텍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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